이효리는 최근 발표한 곡이 미국 가수의 곡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이 음반과 관련된 활동을 중지했다. 값싸고 손쉽게 음반을 만들려는 업계의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표절을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합뉴스
음악 비평가 이용준씨 만나보니
1318리포트
얼마전 인기가수 이효리의 2집 타이틀곡 ‘겟 차(Get Ya)’가 표절시비에 휩싸이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가요계에 표절이라는 화제가 떠올랐다. 이처럼 표절 의혹이 제기된 곡들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음악을 만들다보면 어쩔 수 없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엄중히 처벌되야 한다’ 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논쟁은 한순간일 뿐,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만다.
이런 현실 속에서 표절의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음악 비평웹진 KMRA의 운영자 이용준씨를 만나보았다. KMRA는 80년대 후반부터 강화된 미디어·기획사 체제로 인해 모든 음악인들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표절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 가요계 시스템은 가수를 ‘음악인’이 아닌 ‘상품’으로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액 투자로 ‘대박’을 꿈꾸는 것은 비단 일반적인 기업활동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죠. 음악 기획사들의 경우에도 ‘좋은 음악’에 대한 열정보다는 ‘투자 대비 이익창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요.”
이용준씨는 기획사도 기업이라는 점에서 얼핏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일반 기업에서 ‘양질의 서비스’와 ‘차별화’를 추구하듯 음악 기획사 역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음악’, 즉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바탕을 둔 기업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이 이렇다보니 표절이 흔히 이루어집니다. ‘고가’의 작곡 비용 항목을 줄이기 위해서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외국의 음악들을 일부 변형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죠. 90년대 초반에는 주로 일본 대중음악을 표절했는데, 지금은 제3세계 음악까지 법적으로 지적당할 부분만 교묘히 편곡해서 쓰는 실정입니다. 표절시비가 붙은 곡에 대해서는 ‘샘플링’이라고 주장하고요.”
그는 기획사들이 무단 도용을 샘플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원작자와 합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GOD의 ‘어머님께’가 2PAC의 ‘The Life goes on’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결국 기획사 간 합의를 통해 저작권을 100% 2PAC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죠.” 멜로디 중심, 가사중심으로 듣는 음악 청취자들의 약점을 이용해 반주는 똑같이 만들고 노래 가사와 멜로디만 다르게 제작해서 내놓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기획사들은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고 한다. “표절논란에 휩싸일 경우 ‘가수만 다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투자 대비 효율, 원가절감’ 등을 내세워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을 전혀 반성하지 현실은 계속될 겁니다. ”
그는 대중음악의 가장 큰 소비층인 청소년들이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 “청소년기에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은 비슷한 또래 ‘아이돌’ 가수의 음악일 겁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들이 좋은 음악인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청소년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 청소년들이 표절 문제에 대해 좀더 민감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한국 교육제도가 과정은 생략되고 성과만 중요시되는 풍토인 점이 우리 사회의 표절 불감증과 관련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자신의 재능과 시간, 노력을 들여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면 제대로 대접받고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청소년들도 창조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조원진/서울대성고 2학년·이가연/저동고 2학년, 청소년문화콘텐츠 기자단
그는 대중음악의 가장 큰 소비층인 청소년들이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 “청소년기에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은 비슷한 또래 ‘아이돌’ 가수의 음악일 겁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들이 좋은 음악인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청소년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 청소년들이 표절 문제에 대해 좀더 민감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한국 교육제도가 과정은 생략되고 성과만 중요시되는 풍토인 점이 우리 사회의 표절 불감증과 관련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자신의 재능과 시간, 노력을 들여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면 제대로 대접받고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야 청소년들도 창조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조원진/서울대성고 2학년·이가연/저동고 2학년, 청소년문화콘텐츠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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