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딜러 조창흥씨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카지노는 더 이상 갬블(도박)이 아니라 게임입니다.”
제주 탐라대 관광산업학과에서 카지노 과목을 강의하는 조창흥(49)씨는 “카지노가 이제는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는 오락수단”이라고 했다. 과거 불법자금의 온상, 도박중독자들의 근거지 등의 이미지는 많이 사라지고 가족 단위 관광객들을 위한 테마파크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라스베가스, 마카오 등 세계적인 카지노 단지들이 각종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비중을 크게 늘려 도박의 도시에서 휴양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박 거간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카지노 딜러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조씨는 “이런 분위기 덕인지 최근 젊은층 사이에 딜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대 카지노학과의 경쟁률이 높아지고, 대학부설 카지노 연수기관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1977년부터 30년 가까이 카지노에서 일해온 조씨는 딜러라는 직업이 보기보다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주로 거물급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그룹 총수나 사장, 전문직 등을 많이 알게 된다. 또한 눈빛으로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이라 그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 등을 빤히 꿰뚫게 된다. 조씨는 “지금까지 상대한 사람들의 이름, 성향, 고민, 배팅액수 등을 리스트로 만들어 놓는다면 국가정보원에서도 탐내는 최고급 정보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대우도 좋다. 보통 2년제 카지노학과를 졸업한 뒤 취업하면 연봉 3천만원을 받는다. 이후에는 근무연한에 따라 급여가 오른다. 상여금도 1000%가 넘는다. 특별한 실수가 없다면 정년(55~58세)까지 자리가 보장되는 것도 딜러의 매력. 나이가 들수록 손님들을 대하는 노련미가 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굳이 내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남녀 차별이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 자체는 힘든 면이 없지 않다. 보통 하루 3교대로 일을 하기 때문에 야근조에 편성되면 3개월 정도는 올빼미 생활을 해야 한다. 또 저녁 때 손님이 많이 올리기 때문에 회사에서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올 수 있도록 일정 반경을 벗어나면 안된다. 물론 시간외 근무수당은 1.5배로 받는다.
조씨는 카지노 딜러에 대한 수요가 요즘처럼 많은 적이 없다고 했다. 강원랜드, 한국관광공사 자회사 등으로 엄청난 인력이 빠져나갔고, 항만과 공항을 낀 도시들도 저마다 카지노를 설치하려고 문화관광부에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 인력이 대량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도특별법, 전라도 제이(J)프로젝트 등도 카지노 설립을 자극해 딜러 수요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 카지노 딜러 되려면 = 정선 태성대학, 나주대학, 제주관광대학 등에 카지노학과가 설치돼 있다. 탐라대 등 4년제 대학에도 카지노 학과는 아니지만 관광 관련학과에 과목이 개설돼 있어 배울 수 있다. 세종대 부설 카지노 아카데미 등 카지노 딜러를 전문으로 양성하는 기관도 있다.
채용시에는 깔끔한 외모를 보긴 하지만 외국어에는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는다. 손님과 간단한 대화 정도를 나눌 수 있으면 충분. 너무 잘하면 손님과 짜고 친다는 오해를 받는다. 사근사근하고 진득한 성격이면 더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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