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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숲길 걸으며 역사 이야기 오순도순

등록 2006-07-09 21:03수정 2006-07-10 14:03

(왼쪽 사진 - 태조 이성계가 잠들어 있는 건원릉)
(오른쪽 사진 - 숙종의 능인 명릉 안에 있는 석조물인 석양과 석호)
(왼쪽 사진 - 태조 이성계가 잠들어 있는 건원릉) (오른쪽 사진 - 숙종의 능인 명릉 안에 있는 석조물인 석양과 석호)
테마 체험학습/ 조선시대 왕릉 답사

날씨가 점점 더워진다. 계곡이나, 바다, 휴양림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문제는 시간과 거리.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가까운 곳에서 시원한 숲 한 자락을 만나 보자. 바로 조선시대 왕들이 잠들어 있는 능원(陵園)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은 ‘운이 좋은 도시’다. 아니, 서울에 사는 것이 ‘운이 좋은 일’일 수 있다. 급작스런 산업화 과정에서 공원이나 숲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도시 한 가운데에 궁궐이 있어 문화 공간을 마련한 셈이 되었으니 조상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능원이 없었다면 아니었다면 어찌 값비싼 서울 땅에 수십 만 평에 이르는 숲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조선시대는 왕릉을 쓰는데 한양에서 100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그러다보니 지금 조선시대 왕릉은 넓어진 서울 안이나 경기도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단 100리라 하기에는 조금 먼 여주에 세종대왕과 효종의 영녕릉이 있고 귀양 가서 죽은 단종의 장릉이 멀리 떨어져 영월에 있다.

조선시대 왕릉으로 널리 알려진 곳 가운데 가장 큰 능역은 태조 이성계가 잠들어 있는 건원릉을 포함하고 있는 동구릉이다. 또 서울 서쪽으로 서오릉과 서삼릉이 있어 역시 일정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 서울 안에는 삼성동에 있는 선정릉을 비롯해 헌인릉, 태릉 등이 유명한 곳이다. 또 조선시대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황제릉의 예법에 따라 마련된 금곡의 홍유릉도 가볼만하다.

이러한 왕릉은 대개 넓은 숲이 있어 예전에는 소풍 장소로 많이 활용되었다. 아마도 몇몇 엄마, 아빠는 어릴 적 동구릉이나 서오릉에 가서 고기 구워 먹으며 왕릉 사초지를 떼굴떼굴 굴러 내려왔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왕릉에서의 공부는 먼 이야기일 뿐이며 집 근처 공원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왕릉은 엄연한 사적지로 조선시대 역사, 특히 왕의 삶과 죽음에 대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숲을 찾아 떠난 답사에서 역사를 만나는 셈이다. 아이들과 숲 속 길을 걸으며 아이들과 역사 얘기를 나눈다면 1석2조의 나들이가 될 것이다.

먼저 왕릉에 얽힌 여러 가지 사실을 익혀두면 좋다. ‘능(陵)’이란 위아래 구분이 뚜렷했던 왕과 왕비의 무덤을 이른다. 세자의 무덤은 ‘원(園)’이라 하고 대군이하 평민의 무덤은 ‘묘(墓)’로 구분한다. 그러므로 ‘-릉’이라 했을 때 왕이 없는 왕비의 무덤만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중종의 제1계비인 문정왕후의 단독 무덤은 태릉이다. 또 우리 같은 사람 무덤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냥 묘가 된다.


그럼 왕릉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먼저 왕릉 영역으로 들어가면 홍살문이다. 잡귀를 막고 신성한 공간임을 드러내기 위해서 붉은색과 화살모양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정자각까지 길이 이어져 있다. 그런데 잘 보면 길은 두 줄로 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작은 돌 판이 있다. 돌 판은 판위 또는 배위로 불리는 것으로 왕릉에 왔음을 알리고 네 번 절을 하는 곳이다. 두 길은 각각 신도(神道)와 어도(御道)로 신(神)과 임금이 지나는 길임을 알려 준다. 이 길을 따라 가면 정자각에 이른다. 정자각(丁字閣)이란 말은 건물이 한자의 정(丁:고무래 정)자 모양으로 생겼다고 붙은 이름으로 제물을 올리는 곳이다. 또 정자각 뒤에 보면 신이 내려오는 다리란 뜻으로 신교(神橋)가 있다.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놓칠 정도로 작다. 근처에는 불에 태운 축문을 담는 돌 상자인 예감도 있다.

여기까지가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의 공간이라면 봉분 위는 죽은 왕을 위한 공간이다. 작은 언덕처럼 되어 있는 사초지 위에 봉분이 있다. 왕의 무덤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작아 보이지만 각종 장식물이 있어 초라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 뒤로 담장이 보호하듯이 둘러쳐진 것을 볼 수 있다. 담장과 봉분 사이에 돌 호랑이와 양이 무덤을 지키고 있다.

봉분 앞에는 문인석과 무인석이 서서 임금의 명을 받들고 있다. 그 옆에는 문인과 무인이 탈 말이 대기하고 있다. 문인이 무인보다 높은 곳에 있어 조선시대 상황을 보여준다. 또 망주석도 있다. 세호라고 하는 동물이 새겨져 있는데 원래는 호랑이지만 토실토실한 꼬리 때문에 다람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또 어떤 이는 도롱뇽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혼이 머무는 혼유석과 죽은 이를 위로하는 장명등이 봉분 앞에 있다.

물론 이러한 왕릉 구조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태종이 잠들어 있는 헌릉은 무덤을 지키는 석양과 석호의 수가 두 배에 이른다. 또 황제릉이라고 하는 홍릉과 유릉은 전혀 다른 구조를 하고 있어 중국 황제릉에서 볼 수 있는 희한한 동물상이 봉분 아래 내려와 대기하고 있다.

이처럼 어린 시절 놀 때는 몰랐던 여러 가지 사실에 새삼 놀라울 수 있지만 모른 척 하고 아이들과 함께 왕릉 답사를 가자. 아이들과 얘기할 때 왕릉의 구조에 대한 얘기를 해도 좋을 것이고 또 삶과 죽음에 대해 얘기해도 좋을 것이다. 제일 편한 방법은 찾아간 왕릉에 잠들어 있는 조선시대 왕과 관련된 역사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로부터 대한제국의 아쉬움이 남아 있는 고종과 순종의 이야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선선한 숲을 거니는 동안 우리 아이들이 어느새 조선의 역사와 친해져 있을 것이다.

* 답사 추천 왕릉

- 선정릉: 성종과 중종의 왕릉.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이용.

- 동구릉: 태조를 비롯한 9곳의 조선시대 최대 왕릉 구역. 구리 소재.

- 서오릉 중 명릉 : 숙종의 왕릉으로 봉분 위까지 개방해서 왕릉 구조를 살피기 좋다. 고양 소재

- 영릉 : 세종대왕릉으로 왕릉 아래 세종전과 전시 유물을 통해 당시 과학기술과 한글 창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여주 소재.

- 홍유릉 : 고종과 순종의 황제릉. 일반 왕릉과 다른 황제릉의 구조를 볼 수 있다. 남양주 금곡 소재

* 왕릉 정보 - 문화재청(cha.go.kr)

글·사진 박광일/<아빠의 답사혁명> 저자 ts@travel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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