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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서울대 총학생회장 ‘당선’에 눈멀었나?

등록 2006-05-29 19:06수정 2006-05-30 00:13

“기부금 5천만원 이미 유치”…알고보니 성인오락기 업체
회사쪽 “액수 결정된 바 없어” ‘한겨레21’ 거짓 경력도
서울대 총학생회장인 황라열(종교학과 4년)씨가 지난 4월 총학생회장 선거 때 자신이 근무하는 한 업체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약정받았다고 밝혔으나, 이 업체는 사행성 성인오락기를 제조·유통하는 업체인데다 “기부금의 규모나 지급 방법은 확정된 적이 없다”고 해명해 학내에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앞서 황씨는 총학생회 선거 때 자신의 홈페이지에 거짓 경력을 적어놓은 일이 드러나 지난 26일 사과했다.

황씨는 지난 4월 총학생회 선거 때 “기부금을 유치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줄 것이며, 이미 8800만원을 확보해 뒀다”고 주장했다. 최근 황씨는 “이 가운데 5천만원은 내가 일하는 ㅈ사로부터 기부를 약정받은 돈”이라며 “대학 내 인터넷 동아리 ‘스누라이프’ 서버 교체와, 교내 자치언론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업체인 ㅈ사는 “서울대 등 몇개 대학의 총학생회에 대한 지원 계획은 있으나, 기부금의 규모·지급방법 등은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황씨는 당시는 물론 지금도 이 회사 장학사업 담당자로 근무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ㅈ사 쪽은 “황씨가 나름의 기안을 올렸을 수 있지만, 회사가 서울대 총학생회에 5천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결정한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ㅈ사는 성인오락실용 게임기를 제조·유통하는 업체다.

이런 사실이 전해지며 학생들의 반응도 곱지 않다. 사범대의 한 학생(지리교육 4년)은 “황씨가 선거에서 이기려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를 이용해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기부금을 부풀려 공표했다”고 비난했다. 인문대의 한 학생(미학 4년)도 “기부금을 받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성인오락실 게임기 업체로부터 돈을 받겠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황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경력을 거짓으로 적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황씨는 자신의 선거용 홈페이지(블로그)에 “2001년 잡지 ‘레베카’, ‘한겨레21’ 수습기자”라고 적었으나, 황씨는 〈한겨레21〉 수습기자로 일한 적이 없다. 또 황씨는 “1998년 고려대학교 의예과 입학”했다고 했으나, 이 과에 합격한 뒤 등록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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