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청주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수학·영어 영역은 전반적으로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소위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는 대신 ‘물수능’이 되지 않도록 그럴듯한 오답을 배치하는 방식 등을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는 해소되지 못해 이과생들의 문과 교차지원 현상은 여전히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어, 지문 심도있는 이해력 요구…독서 10번·문학 27번 난제
1교시 국어 영역은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도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9월 모의평가 때 국어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142점이었다. 통상 140점이 넘으면 어려운 시험으로 본다. 교육방송(EBS) 현장교사단은 이날 브리핑에서 “변별력이 있는 선택지를 배치해 기계적으로 문제를 푸는 학생들이 아닌, 지문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추론적 사고를 하는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항을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국어 영역에선 독서 과목의 낯설고 전문적인 내용의 지문을 통해 난도를 높였는데, 올해는 독서 지문 4개를 모두 교육방송 교재와 연계해 ‘공교육 과정 밖에서 문제가 출제됐다’는 지적을 피했다.
대신 그럴듯한 오답을 많이 포진하는 등 선택지를 까다롭게 구성해 정답을 찾기 어렵게 했다. 난도 높은 문항으로는 데이터의 결측치와 이상치 처리 방법을 소재로 한 과학·기술 지문에서 출제된 독서 10번, 정끝별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유한준의 ‘잊음을 논함’을 제재로 현대시·고전수필 지문을 이해했는지 묻는 문학 27번이 꼽혔다.
수학, 작년보다 쉬워…미적분·기하 표준점수 높을 듯
2교시 수학 영역은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받는 지난해 수능보단 약간 쉽고,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수학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수능 땐 145점, 올해 9월 모의평가에선 144점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만점자는 지난해 수능 934명, 9월 모의평가 2520명으로 2.7배 차이가 났다. 올해 수능에선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를 위해 주관식 문항을 좀더 까다롭게 구성했다. 종로학원은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으나 주관식 22번 문항 등 최상위권 변별력을 요하는 문제는 더욱 어렵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어려운 문항으로는 공통수학 15번, 공통수학 22번 등이 꼽혔다.
영어, 소재 친숙했지만 지문 분석 어려운 문제 많아
영어의 경우, 지난해 수능에 견줘 다소 어렵고,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는 게 중론이다. 9월 모의평가에서는 1등급 비율이 4.37%(1만6341명)로, 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후 1등급 인원이 가장 적게 나오는 등 상당히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수능의 1등급 비율은 7.83%였다. 올해 수능에선 친숙한 소재를 다뤘으나, 충분히 지문을 읽고 선택지까지 분석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다수 배치해 난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킬러문항을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수험생은 킬러문항 배제 조처를 실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재수생 ㄱ(19)군은 수능을 마친 뒤 한겨레에 “수학은 몇 문제 빼고 잘 풀었다고 생각하는데 킬러문항이 빠졌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수학 22번이 킬러가 아니면 뭐가 킬러냐”는 등 공통과목인 수학Ⅱ 22번 문항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문항은 제시된 조건에 맞는 3차함수 그래프를 그려 풀어야 하는 문제로, 입시업계도 고난도 문제로 뽑았다.
전문가 “이과생 유리한 상황 개선되지 않을 듯”
문·이과 유불리 논란은 여전히 과제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11점까지 벌어지며 이과생에게 유리한 수능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과 달리, 올해는 두 과목 모두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과생 강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한겨레에 “국어가 어렵게 출제돼 지난해보다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이과생에게 유리한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 수학 선택과목에서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과 ‘기하’가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출제되는데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 문제가 발생해왔다. 똑같이 모든 문항의 정답을 맞혀도 선택과목에 따라 표준점수 최고점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과생들이 몰리는 미적분과 기하가 문과생들이 주로 택하는 확률과 통계보다 고득점을 받기 유리한 구조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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