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의 한 고교 급식 열무김치말이 국수에서 발견된 개구리 사체. <와이티엔>(YTN) 뉴스 화면 갈무리
최근 ‘개구리 급식’이 나온 고등학교에 열무김치를 납품한 두 업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조사에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1차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급식에 이물질이 나오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물질이 나온 업체는 입찰 참여를 제한하도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진흥원)은 22일 브리핑을 열고 학교 급식에서 잇따라 죽은 개구리가 발견된 경위와 대응방안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소재 한 고등학교 급식 열무김치에서 죽은 개구리가 나온 데 이어, 지난 15일 서울 중구의 고등학교 급식 열무김치말이국수에서도 죽은 개구리가 발견됐다.
진흥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죽은 개구리가 포함된 급식을 납품한 두 업체는 사고 발생 뒤 이뤄진 식약처 해썹 인증 평가에서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서울 강서구 고등학교에 열무김치를 납품한 ㄱ사는 지난 2일 식약처 산하 경인지방식약청의 평가 결과 1차 해썹 인증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서울 중구 고등학교에 열무김치를 납품한 업체 ㄴ사 역시 17일 서울지방식약청 평가에서 1차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각 식약청은 이들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린 뒤 향후 재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임영식 학교보건진흥원 원장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상 시정명령 뒤 2차 평가에서도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해썹) 인증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해썹이란 식약처가 식품 원료관리 및 제조·가공·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위해 요소를 확인·평가하는 식품 위생 관리 시스템으로, 문제가 된 두 업체는 급식 입찰 참여 당시엔 해썹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진흥원 쪽은 두 업체에 대한 점검이 개구리 급식 사건으로 인해 이뤄진 것은 맞다면서도 부적합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해썹 인증을 관리하는 기관인 식약처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두 업체 모두 부재료 입고와 방충 및 방서(쥐 등 방제) 등에 관한 관리가 미흡해 해썹 1차 부적합 판정이 났다”며 “ㄱ업체는 선별·절임·세척 과정에서 이물질이 걸러지지 않았고, ㄴ업체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저가 입찰과 인력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최저가 낙찰’ 방식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임영식 원장은 “ㄱ사는 학교가 제시한 예정 가격의 87.745%에 가까운 업체가 선정됐고 ㄴ사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납품업체를 모집한 뒤 수의계약했다. 최저가 입찰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계약을 따내려 무리하게 싼 입찰가를 제시하는 방식은 아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ㄱ사는 업체가 과실을 인정해 오는 30일까지 한달 동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관리하는 학교 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 이용이 제한된다. ㄴ사는 식약처 조사로 업체 과실 여부를 확인하는 중이라 이용 제한 처분 결정을 보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납품업체에 이물 사고와 귀책 사유가 발생해도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제재 방안은 지역계약법에 부정당 업자로 하는 것 말고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업체를 등록하고 관리하는 aT의 이용 약관에 제재 조항이 있지만, 이물질 사고와 관련된 명시적인 약관은 없다”고 지적했다.
‘열무김치’에서 ‘개구리’가 공통적으로 발견된 데 대해선, 서울시는 열무와 개구리의 특성이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납품업체의 절임·세척·탈수 과정과 학교의 검수 과정에서 개구리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것인데, 열무김치는 색이 짙어 보호색을 띠는 개구리와 같은 이물질은 식별이 어렵고 이파리가 엉켜 있어 제조과정에서 단시간 세척하거나 헹구면 이물질이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열무의 특성상 강하게 세척하면 풀 냄새가 나 주로 약한 손세척을 하는 경우가 많고, 여름철은 청개구리 활동이 왕성하고 빨판이 있어 열무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성도 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여름방학 전까지 관내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급식에서 열무김치를 제외하기로 했다. 또 3000명 이상에게 배식되는 학교에 대해선 급식 분리를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급식의 경우 위생 관리가 취약하고 사고 발생 시 파급효과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학교 급식으로 열무김치를 공급하는 전국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인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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