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소재 고등학교 2곳의 급식에서 잇따라 죽은 개구리가 나오면서 교육당국이 조사에 나섰습니다. 죽은 개구리가 발견된 반찬은 공교롭게도 ‘열무김치’로 메뉴가 동일합니다. 1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1년에도 경기도의 한 중학교 급식에서 죽은 개구리가 발견된 바 있습니다. 역시나 메뉴는 ‘열무김치’입니다. 교육부가 전국의 열무김치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왜 하필 열무김치에서 개구리가 잇따라 발견되는지 <한겨레>가 뉴스AS로 정리했습니다.
처음 급식용 열무김치에서 죽은 개구리가 나온 건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였습니다. 2주 남짓 뒤인 지난 16일에는 서울 중구 고등학교 급식인 열무김치말이 국수에서 죽은 개구리가 발견됐습니다.
곧장 서울시교육청은 납품업체와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는 한편 관내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급식에서 여름방학 전까지 열무김치를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원재료에 개구리가 섞여 들어간 뒤 절임·세척·탈수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도 학교 급식에 열무김치를 납품하는 전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인다고 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급식에서 나온 죽은 개구리의 모습. 트위터 갈무리
보름 사이 동일한 메뉴에서 죽은 개구리가 나오면서 열무 작물에도 전에 없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열무냐는 것이죠.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열무에는 각종 나방류가 접근하기 좋을 만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어 애벌레가 많이 생기며, 먹이사슬에(따라) 청개구리가 접근합니다. 물론 나방류를 방제하면 청개구리가 있을 리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열무에는 청개구리가 좋아하는 애벌레가 많은데, 그런 먹이가 있다는 건 농약을 쓰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는 취지로 읽힙니다.
하지만 농가에서는 ‘열무만’ 눈총을 받는 이 상황이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경기도 포천 소재의 한 열무농장 운영자 ㄱ씨는 “(개구리의 먹이인) 나방 같은 벌레들은 모든 채소에 다 있다. 열무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합니다. 가뭄과 같은 날씨 상황이 개구리의 서식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추론에 대해서도 고개를 젓습니다. 이 지역 다른 열무농장 관계자 ㄴ씨는 “올해 유달리 밭에서 개구리가 많이 나오진 않았다”며 “지난해나 올해나 비슷한 환경에서 농산물을 키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재배 작물이나 양서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최근 개구리가 열무 밭에 특별히 자주 들어갈 만한 사정은 연구된 바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배추, 양배추, 무 등 배추과 작물에 주로 사는 나방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게 열무에만 많이 분포하는 경우는 연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민미숙 서울대 연구교수(수의대)는 “개구리는 나방이나 날벌레 같은 곤충류를 선호하기 때문에 야간에 먹이활동을 위해 밭에 들어가곤 한다”며 “그건 개구리의 습성이기 때문에 날씨와 관계없이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민 교수는 또 개구리의 독성에 대한 불안감이 나오는 것을 두고 “두꺼비나 무당개구리 등 특정한 종에게는 독성이 있지만 일반 청개구리에 대해서는 독성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농가와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급식에서 죽은 개구리가 발견된 것은 열무도, 개구리의 탓도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은 김치 제조 및 검수단계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먼저 학교에서의 열무김치 배식 특성상 개구리를 거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열무김치는 배추김치처럼 칼로 써는 과정 없이 완제품 형태로 납품받아 배식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열무김치 색깔 때문에 개구리가 눈에 띄기 어렵고 (학교에서) 손질 과정 없이 냉장보관하다 배식된다”고 말했습니다.
급식 인력 부족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집단 급식은 정해진 시간에 조리를 마치는 게 관건”이라며 “현재 인력으로는 열무김치를 일일이 펼치며 확인하기 어렵다. 검수를 강화하려면 적정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교육부는 오늘(21일)까지 학교 급식에 열무김치를 납품하는 업체 명단을 보고받은 뒤 관할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각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공정과 검수 과정에 대한 조사를 시작합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에 열무김치 관련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업체는 400여곳이고, 이 가운데 학교에 완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업체를 교육부가 심도있게 조사한다는 겁니다. 해썹은 이물질 혼입은 물론 식품에 대한 생물·화학·물리적 안정성을 인증하는 제도입니다. 경기도 수원 소재의 한 김치 납품업체는 “육안, 세척기, 탐지기를 통해 세 번에 걸쳐 이물질을 거른다”며 검수를 촘촘히 하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일각에선 다른 사례를 참고해 위생관리와 검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유명 김치제조업체는 배추김치의 경우 육안 검사와 광학 검사, 염수통 절임, 세척과 수검사 등 5단계 검수를 거치고 열무김치는 육안 검사, 절임, 세척, 2차 육안 검사 등 4단계 검수를 거치고 있다고 합니다.
설사 무농약이라는 반증이라 할지라도 ‘개구리 반찬’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교육당국이 업체 전수조사에서 ‘구멍’을 꼭 찾아내 해법을 제시해 주길 바랍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