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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동훈 딸 의혹 전에…‘복붙’한 대필 논문 ‘표절’ 판결 있었다

등록 2022-06-14 05:00수정 2022-06-16 07:34

엘리트로 가는 그들만의 리그
② 스펙, 그 거짓과 진실
불법·편법 컨설팅의 세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 논문 대필 의혹으로 언론에 최근 알려졌을 뿐 ‘엘리트를 향한 그들만의 리그’는 여러해 전부터 펼쳐지고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 논문 대필 의혹으로 언론에 최근 알려졌을 뿐 ‘엘리트를 향한 그들만의 리그’는 여러해 전부터 펼쳐지고 있었다. 게티이미지뱅크

‘논문, 출판, 봉사단체 설립, 애플리케이션(앱) 제작 기획, 미술 전시회….’ 국제학교를 다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딸이 쌓아올린 ‘스펙’은 화려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표절·대필 의혹이 숨어 있고, 의혹의 줄기는 케냐를 비롯한 제3세계 청년들의 지적 착취 산업으로까지 이어진다. 한 장관의 딸은 연구 윤리를 어지럽히는 약탈적 저널을 활용하고, 미국 입시전문가인 이모 진아무개(49)씨의 딸들과 스펙을 품앗이해왔다.

<한겨레>는 지난 1~9일 진씨가 활동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등 실리콘밸리 인근을 방문했다. 여기는 한 장관의 딸과 ‘스펙 공동체’를 이룬 진씨 딸들이 고등학교를 다녔고, 미국 명문 대학을 향한 아시아인 학생들이 치열한 입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편법적인 기회 획득에 분노하며, 세상의 모든 출발선은 같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미국 명문 대학이라는 학벌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과정에 한국 사회 엘리트들이 동원하는 ‘글로벌 스펙 산업’의 실태와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세 차례에 걸쳐 담는다.

“학생이 보내준 에세이는 문제가 많아서 내가 거의 다시 작성해야 했습니다.”(The essay you put up had a lot of problems. I basically had to rewrite it.)

2020년 11월 서울 강남의 유학 컨설팅 업체에 속한 강사 ㄱ씨는 국제학교 학생 ㄴ군에게 메시지와 함께 논문 수정본을 보냈다. 3개월 전 ㄴ군의 부모가 논문 과제 첨삭 지도를 ㄱ씨에게 맡기며 컨설팅 업체에 150만원을 냈기 때문이다. ㄴ군은 그 논문을 학교에 제출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표절 검사에서 다른 학교 학생의 논문과 84% 일치하는 것으로 나와서다. ㄱ씨가 과거에 자신이 가르친 학생 논문을 그대로 ‘복붙’한 탓이다. 주요 과목에서 F학점을 받은 ㄴ군은 자퇴했다. ㄴ군과 부모는 논문 표절로 입은 정신적·재산상 손해를 배상하라며 ㄱ씨 등을 상대로 2억원의 민사소송을 냈다.

1심은 “ㄴ군이 F학점을 받은 것은 본인이 직접 작성하지 않고 타인이 작성한 논문을 과제물로 제출함으로써 부정행위를 했기 때문”이라며 “ㄱ씨가 표절을 하지 않았다면 ㄴ군의 부정행위가 쉽게 드러나지 않았을 여지는 있지만, 부정행위가 적발되지 않을 이익은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ㄱ씨가 학생을 상대로 거짓말한 점을 들어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ㄴ군과 부모는 항소했다.

13일 <한겨레>가 최근 5년 동안 유학 컨설팅 업체와 관련한 형사·민사소송 판결문을 검색한 결과, 대필·표절 등 편법이 판치는 국내 유학 컨설팅 시장의 민낯이 드러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 논문 대필 의혹으로 언론에 최근 알려졌을 뿐 ‘엘리트를 향한 그들만의 리그’는 여러해 전부터 펼쳐지고 있었다.

대필이 만연한 탓에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계약이 체결되기도 한다. 컨설팅 계약 비용 반환을 두고 학부모와 컨설턴트가 다툰 2020년 민사소송 판결문을 보면, 컨설팅 계약서에 ‘원서 작업 중 발생하는 에세이, 이력서, 추천서 등은 컨설턴트의 작업을 통해 발생한 결과물로 자료 사용 권한은 컨설턴트와 학생이 공동으로 갖는다’고 적혀 있다. 컨설팅 계약 비용은 5800만원이었다. 박종경 직지아카데미 대표는 “첨삭만 정상적으로 해줬다면 컨설턴트가 이런 조항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 컨설턴트가 대필했다고 자인하는 꼴인데 다른 학생을 컨설팅하면서 재활용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 대학원까지 진학해놓고도 다시 과제물 대필을 맡기는 사례도 있었다. 미국 뉴욕의 한 대학원에 다니던 ㄷ씨는 언어 문제로 과제나 에세이 작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ㄷ씨의 어머니와 컨설팅 계약(졸업시 1억원, 에세이 건당 2천달러)을 맺은 컨설턴트가 2015년 9월~2016년 12월 ㄷ씨가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을 때 그가 부탁하는 과제·에세이를 대신 써줬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미국 대학원 학력이라는 국내에서 차별화되는 재화를 획득하기 위해 과정이야 어떻든 상관없다는 가진 자들의 욕망이 드러났다”고 짚었다.

한 장관 딸이 다니는 인천 송도 채드윅 국제학교의 연간 수업료는 유치원 과정은 3804만원, 고등학교 과정은 4476만원 수준이지만, 국내에서 ‘영어 몰입 환경’을 누릴 수 있기에 입학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하물며 연간 수업료의 몇배를 국제학교 입학 준비에 쏟아붓는 게 현실이다. 학부모 김아무개씨는 2018년 12월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위치한 국제학교 입시 전문 학원에 당시 5살 딸과 4살 아들을 맡기고 1억6550만원을 냈다. 하지만 다음해인 2019년 2월 국제학교 입학시험에서 남매는 떨어졌다. 김씨는 학원 원장이 ‘채드윅 합격을 위한 로비자금을 요구했다’며 사기죄로 고소했고 검찰은 기소했다. 1심은 유죄로 판단해 학원 원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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