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정답 결정 취소 소송 선고 결과와 관련해 사퇴 입장문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족한 시간 허비하며 문제 푼 학생만 바보로 만드네요. 백분위 급하락으로 의치(대)도 물건너 가게 됐습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20번 문항 전원 정답 처리 판결 하루 뒤인 16일에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누리집에는 재채점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게 된 학생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등급컷 조정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에 실패해 수시 지원 학교에서 탈락하게 됐고 정시에서도 표준점수와 백분위 변화로 피해를 받게 됐다”며 평가원에 피해 구제를 요구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등급하락, 표준점수 하락, 백분위 대폭 하락뿐만 아니라 그동안 평가원의 (잘못된) 대처로 인해 가채점을 통한 정시 대학 예측(오류)으로 수시 면접과 논술에 불참한 피해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평가원의 출제 의도대로 20번 문제에 5번 답을 한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전날 평가원의 재채점 결과, 생명과학Ⅱ 표준점수 최고점은 69점에서 68점으로 떨어지고 1등급은 40명, 2등급은 79명이 줄었다.
‘모두 정답’ 처리 이후에도 출제 오류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육부는 사과조차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원은 국무총리실 산하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지만, 교육부로부터 수능 출제 등을 위탁받으면서 교육부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출제 오류의 1차적인 책임은 평가원이 지되, 교육부는 위탁기관으로써 지휘감독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평가원은 전날 브리핑에서 출제 오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이를 교육부와 함께 만들 예정이다.
교육계에서는 도의적으로나 법적으로나 교육부 차원의 사과와 책임 인정이 필요하며, 이런 조처가 선행됐을 때라야 의미 있는 제도 개선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체적인 총괄 책임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정확히 누가, 언제 어떻게 입장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서울대는 교육부가 연기한 수시 전형 합격자 발표일인 18일보다 이틀 앞선 이날 오후 6시 수시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생명과학Ⅱ 응시자 수는 전체 응시생 44만8138명 가운데 6515명(1.5%)에 불과하지만, 서울대와 전국 의약학계열 등에 지원하는 이과 상위권 학생이 많이 응시하는 과목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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