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나오는 킹콩·공룡 등의 컴퓨터 그래픽도 복잡한 방정식과 관계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수학개념 쏙쏙/학교안 수학-학교밖 수학 하윤이의 취미는 모형으로 된 비행기를 조립하는 것이다. 틈만 나면 방에 틀어박혀서 비행 모형을 조립을 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하윤이의 장래희망은 ‘비행기나 자동차를 설계하는 사람’이 되었다. ‘장차 무슨 공부를 해야 최고의 비행기 설계사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하윤이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제가 비행기를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미술 학원에 등록시켜 주세요.” “그래. 비행기 설계를 잘 하려면 그림을 잘 그려야겠지? 좋은 미술 학원이 있나 엄마가 얼른 알아봐 줄게.”라고 대답하는 엄마 옆에 있던 세윤이가 형에게 물었다. “형!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을 나는 거야?” “어? 그게…그러니까…종이 비행기가 나는 것과 같은 원리겠지.” “종이비행기는 가벼운데, 비행기는 엄청 크고 무겁잖아. 근데 어떻게 하늘을 날아?”
“글쎄…잘 모르겠는데?” “비행기를 설계하는 사람이 비행기가 어떻게 날 수 있는지도 모르면 되냐?” 동생의 말에 말없이 서 있던 하윤이는 방에 들어가 한참동안 책과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그리고는 동생에게 말했다. “비행기가 나는 원리는, 공기역학, 베르누이 방정식, 미분…그런 거랑 관계가 있다는 구나. 이런, 항공기 설계는 미술보다는 거의 수학이야!” 세윤이는 “형은 수학 공부부터 열심히 해야겠네.”하면서 웃었다. 이번엔 하윤이가 공룡 매니아인 동생에게 물었다. “그러는 넌 뭐가 되고 싶은데?” “난 <킹콩>,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보다도 더 진짜 같은, 그런 공룡을 만드는 사람이 될 거야. 공룡이라면 우리 반에서 나 따라올 애가 없거든!” “컴퓨터로 공룡을 만들려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알아야 하는데, 그것도 결국 복잡한 방정식이랑 관계있다는 것도 아냐?” “방정식이 뭔데?” “수학이야! 그러니까 너도 지금부터 수학을 잘 해야 한다, 이 말씀이지.” 흔히, 학교에서는 수학을 잘해야 하지만 일단 학교를 나오면 수학과 전혀 상관없이 살 수 있다고들 한다. 정말 그럴까? 수학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직업을 찾아보자. 회사에서 회계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매일 숫자와 마주쳐야 할 것이다. 각종 고지서와 통장을 들고 은행에 가는 주부들도 잔뜩 어지러운 숫자들을 대해야 한다. 운동선수들은 어떨까. 움직이는 몸의 각도, 체중, 기록, 속도… 이 모든 것은 수학과 관계가 있다. TV를 통해 보는 축구 경기를 비롯한 각종 운동경기에서 해설자나 아나운서들은 어떤 선수나 팀의 기록에 관해 자주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자식에게 유학비용을 보내는 부모들은 환율의 변화에 민감할 것이다. 회사를 퇴직한 후 정기적으로 연금을 받는 사람들, 보험을 들려는 사람이나 보험 설계를 해 주는 사람들,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 일반 서민들도 이자가 오를지 내릴지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숫자가 직접 관계가 없기 때문에 언뜻 수학처럼 보이지 않는 수학도 많다. 집이나 빌딩을 짓는 사람들이 직각을 잘 맞추지 않으면 건물이 기울어지거나 문이 닫히지 않을 것이다. 이삿짐센터 아저씨는 벽에 꽉 차게 들어있는 장롱을 넣고 빼는 순서, 그리고 들어 올리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 택배 직원은 어떤 동네를 먼저 들러야 할지, 시간 계산을 잘 해야 한다.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필요한 약의 효과와 성분이 환자에게 맞을 지를 생각하여 최선의 처방을 해야 한다. 이번 주말을 어떤 스케쥴로 보낼 것인지 계획을 잘 세워야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도 수학이다. 수학과 전혀 상관없는 직업을 찾아보자. 농사는 수학과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절기와 기온, 즉 시간과 온도가 농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농사 또한 수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공책과 연필, 계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학이 아닌 것은 아니다. ‘수학’을 숫자라고만 생각한다면 관계없는 직업이 많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수학이 ‘통계’, ‘관계’, ‘패턴’이 있음을 떠올린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어떤 직종에서 최고가 되고자 한다면 수학적인 지식을 많이 갖고 있을 필요가 있다. 학교를 나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다루게 되는 수학은 학교에서 배운 수학을 바탕으로, 그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전문적이다. 이에 비하면 초등학교 수학은 그야말로 ‘기초’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이 복잡해 보여도 겨우 ‘기초’이며 ‘교양’에 불과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강미선/<개념잡는 초등수학사전>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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