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개념 쏙쏙
같은 반 친구인 중현이와 수형이가 겨울 방학이 시작된 뒤 처음 만났다.
“수형아, 요즘 뭐하고 지내니?”
“새 학년에 배울 내용들 예습하고 있지. 넌?”
“난 책을 좀 많이 읽고, 단어도 외우려고…”
“야~ 너 요즘 영어 단어 많이 외우는 구나.”
“그게 아니고…, 수학 단어야.”
“수학 공식?”
“수학 공식이 아니고 수학 단어라고. 중현아, 내가 말하는 단어가 뭔지 맞혀 봐. ‘이웃하다’가 뭐게?”
“이웃하다? ‘서로 친하다’는 뜻 아냐?” “땡! 네가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지. ‘이웃하다’는 나란히 붙어있다는 뜻이야. 예를 들어 오각형에서 이웃한 점은 옆에 있는 두 점을 말하는 것이고, 이웃한 변은 한 점과 만나는 두 변을 말하지.”
“엥? 그런 거였어?”
“그럼 두번째 문제. ‘위에서’가 뭐게?”
“위에서?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어쩌구 그런 거 아냐?”
“만약 철로 ‘위에서’라면?”
“어, 그것도 ‘위에서’네. 무슨 뜻이지?”
“철로를 밟고 있는 거잖아. 수학에서 말하는 ‘위에서’는 위쪽 아래쪽도 있지만, ‘철로 위에서’처럼 ‘원 둘레 위에서’라는 말도 있어.”
“아휴, 골치 아파! 그런 걸 다 외워야 해?”
“한 가지만 더 맞혀봐. ‘소수점 아래’가 뭐게?”
“소수점 아래? 소수점에 위, 아래가 어딨냐?”
“크크크, 그럴 줄 알았지. 너도 수학 단어 공부 좀 해야겠다. 소수점 아래는 소수점 다음에 있는 수를 말해. 예를 들어 12.3456이면 3,4,5,6이 소수점 아래에 있는 수야. ”
“그게 왜 ‘아래’냐? 오른쪽 ‘옆’이지.”
“나도 몰라. 수학에서는 원래 그렇게 말한대.”
초등 수학에서는 중등 수학에 비해 일상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삼각형, 사각형, 사다리꼴, 방정식, 곱셈, 분수, 소수 등이 수학 용어라면, 이웃하다, 위에서, 튀어 오르다, 가르다, 모으다 등은 일상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수학 용어는 ‘약속하기’를 통해 그 의미를 정확히 하지만, 일상 용어들은 따로 정의하지 않고 사용한다. 그렇다 보니 일상적인 뜻과 수학적인 뜻이 섞여 구별하기 힘들 때가 있다. 또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옆’의 경우 쌓기 나무 단원에서 ‘옆에서 본 모양 그리기’를 할 때는 오른쪽 옆이나 왼쪽 옆에서 바라본 한 가지 모양만을 말한다. (초등 5-가, p.55, ‘직육면체’ 단원) 하지만 직육면체 겉넓이 단원에서 ‘옆’면은 사방의 네 면을 모두 말한다. 그러므로 ‘옆넓이‘ 는 옆 면들의 넓이의 합이다. (초등 6-가, p.21, ‘각기둥과 각뿔’단원) 이처럼 ‘옆에서’의 ‘옆’과 ‘옆면’의 ‘옆’은 그 뜻이 서로 다르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 중에서 어휘력이 상당히 좋거나 상당히 떨어지는 편인 아이들이 있다. 어휘력이 좋은 편인 아이들 중에는 수학에서 한 단어가 그때그때 다르게 사용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어휘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이런 세세한 차이를 살피지 않고 대충 넘어가는 바람에 문제 풀이에서 실패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곧 문제가 요구하는 차이를 알아차리고 다시 풀어서 잘 해결하는 아이들이 많다. 처음엔 당황하지만, 곧 적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실패를 한 뒤 다시 문제를 풀어야 제대로 푼다거나, 수학을 억지스럽다고 느끼는 현상을 바람직하다고 보아야 할지는 의문이다. 초등 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하루 빨리 정확히 정의되어야 개념 형성 과정에서 아이들이 겪는 혼란이 줄어들 것이다.
강미선/<개념 잡는 초등수학> <분수, 넌 내 밥이야> 저자
“이웃하다? ‘서로 친하다’는 뜻 아냐?” “땡! 네가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지. ‘이웃하다’는 나란히 붙어있다는 뜻이야. 예를 들어 오각형에서 이웃한 점은 옆에 있는 두 점을 말하는 것이고, 이웃한 변은 한 점과 만나는 두 변을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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