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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방문요양보호사 절반은 100만원 남짓 월급으로 가족 부양

등록 2019-05-22 05:00수정 2019-05-22 07:19

[창간기획]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1부 돌봄orz ④재가요양의 그림자

퇴직금 등 안주려 주15시간 근무 안시켜
국가는 센터에 노인요양 떠맡기고
영세 센터는 요양사 착취하는 구조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출퇴근을 기록하기 위해 수급자 집에 부착된 기계에 ‘태그’를 찍는다. 사진 방문요양보호사 김민정(가명)씨 제공.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출퇴근을 기록하기 위해 수급자 집에 부착된 기계에 ‘태그’를 찍는다. 사진 방문요양보호사 김민정(가명)씨 제공.
“요양보호사라는 이야기를 친구는 물론 가족한테도 말 안 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요. 다들 ‘똥 치우는 아줌마’ 정도로 생각하니까요. 이 일을 전문적이라고 생각해 처우를 잘해주면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서울의 방문요양보호사 정희양(가명·44)의 말이다.

<한겨레> 설문 결과, 방문요양보호사들 가운데 ‘자신의 직업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이는 22%(47명)에 불과했다.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2배가 넘는 45%(97명)였다.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복수응답)는 ‘월급이 적어서’가 129명으로 가장 많았다. ‘수급자나 가족이 함부로 대해서’(83명) ‘언제 해고될지 몰라서’(7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유독 급여 불만과 해고 걱정이 큰 데에는 까닭이 있다. 생활비를 주로 버는 가족 구성원이 본인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52%(113명)나 됐다.

<한겨레> 설문에 응한 방문요양보호사 216명은 지난해 한달 평균 110시간 일하고 108만원을 벌었다. 시급 9800원꼴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지난해 최저 시급은 9036원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올해는 시급이 조금 더 늘었다. <한겨레>가 직접 만난 14명의 요양보호사는 적게는 올해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합친 시급 1만20원에서 많게는 1만700원을 받았다.

‘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요양급여 고시)는 센터 총수입의 86.4%를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의 인건비로 쓰도록 정해놨다. 경비가 많이 들지 않는 방문요양의 특성 때문에 인건비 비율이 요양시설(60.2%)보다 높다. 인건비에는 기본급은 물론 3년 이상 근무했을 때 나오는 장기근속 장려금, 4대 보험료, 퇴직적립금이 포함된다.

센터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85%, 노인의 자기부담금 15%(경제 상황에 따라 감경)로 구성된 급여비용을 받는다. 1시간 요양서비스에 1만5470원 정도가 센터 수입으로 잡히는데, 이 중 인건비로 1만3366원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개별 요양보호사가 센터로부터 86.4%를 받는 구조가 아니다. 센터가 총수입에서 86.4%를 인건비 명목으로만 지출하면 된다. 여기서 꼼수가 발생한다. 광주의 방문요양보호사 하미정(가명·55)은 “지인이나 가족, 친인척 등을 요양보호사로 고용해 수당 등 명목으로 돈을 더 주고 센터장이 돌려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시대로 인건비 비율이 지켜지는지도 의문이다. 고시에 인건비 지급 비율이 정해진 건 겨우 2년 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올해 처음으로 방문요양센터의 회계 자료를 제출받았다. 비율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터가 요양보호사의 근무시간을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강제하는 일도 많다.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하미정은 “1~2등급 노인은 하루 4시간, 3~5등급은 3시간 동안 요양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센터들이 등급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그보다 적게 요양보호를 받게 한다. 그렇게 1주일에 14시간30분 정도로 맞춘다”고 말했다.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인 1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는 경우도 있다. 충북 청주의 방문요양보호사 감현숙(가명·62)은 “조금만 더 일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시점에 수급자가 끊기면 센터가 일부러 다음 수급자를 연결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지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퇴직금을 우려해 요양보호사를 뽑을 때 사직서를 미리 받는 센터들을 몇 곳 확인했다”며 “센터와 공단이 책임지고 요양보호사와 수급자 노인을 연결해주고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한달의 대기 수당을 지급해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도 사정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3시간 요양보호를 받는 노인을 돌보면 센터에 떨어지는 돈은 시간당 2104원 정도다. 이런 수급자 10명을 관리하면 한달에 126만원 정도가 센터의 몫이다. 국가는 영세한 센터에 노인 요양을 내맡기고, 센터는 요양보호사의 몫을 착취하는 구조다.

정환봉 이주빈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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