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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학교도 집도 ‘사랑의 매’?…어른에 배운 폭력, 친구에 쓴다

등록 2012-10-07 19:16수정 2012-10-08 08:42

인권이 최고의 아동·청소년 복지다
⑤ 일상의 폭력, 폭력의 내면화
서울·경기·광주 등에선 교육청 차원의 결정으로 학교 체벌이 금지됐다. 경기도는 2년, 광주는 1년, 서울은 10개월 전부터 체벌이 금지됐다. 그러나 이 지역 학교에서도 교사의 언어폭력은 여전하다. 다른 지역에선 체벌이 일상이다. 가정의 체벌도 바뀌지 않았다. 많은 부모들이 매를 들고, 거친 욕설로 자녀를 몰아붙인다. 어른들로부터 폭력을 배운 학생들은 자기보다 약한 또래에게 폭력성을 분출한다. 가정·학교·학원에서 ‘폭력의 일상’을 살아가는 16살 고등학교 1학년 학생 6명과 체벌을 없앤 한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체벌이 아니면 폭언 이진호(가명)군이 다니는 경상남도의 한 고등학교는 체벌이 여전하다. 지난 3월, 교사는 몇몇 학생이 수업시간에 떠들었다며 반 학생 30여명을 전부 복도로 나가게 했다. “너희들은 공동체니까.” 학생들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일명 ‘도 닦기’로 불리는 얼차려에 학생들은 연방 거친 숨과 신음을 토했다. 체벌은 40분 동안 계속됐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몸으로 일어나는 아이들은 다리가 저려 허우적댔다. 학기 초가 되면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단체기합을 주는 교사들이 있다는 걸 학생들은 잘 알고 있다.

옆사람과 떠들었다고, 교과서 말고 다른 책을 봤다고, 교복 넥타이를 안 맸다고 교사는 아이들을 때렸다. 체벌의 방법도 다양했다. 막대기로 엉덩이 때리기, 엎드려뻗쳐, 교무실 앞에서 무릎꿇고 있기 등은 기본이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조는 학생의 등을 예고없이 막대기나 손바닥으로 때렸다. “경상도가 원래 보수적이라 그런지 학교 분위기는 아직 유신시대예요. 수도권이나 광주에서 학생인권조례로 체벌을 금지시켰다는 건 남의 나라 이야기죠.” 이군이 말했다.

체벌이 금지된 서울·경기 지역에도 언어폭력은 남아 있다. 서울 ㄱ고등학교 1학년 전체를 통틀어 10등 안에 드는 이상민(가명)군도 교사들의 폭언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어떤 교사는 떠드는 학생에게 “공부할 놈은 하고 안 하려는 놈은 하지 마. 공부 안 하는 놈은 사회에서 도태되면 되는 거다. 다른 사람 방해하지 말고”라고 말한다. 다른 교사는 조는 학생의 귀에 대고 “이런 정신으로 어떻게 대학을 가겠냐. 대학 안 나오면 사람 취급 못 받는다”며 겁을 준다.

■ 학원과 가정의 체벌 학교에는 그나마 감시의 눈길이 있지만, 학원은 다르다. 임철웅(가명)군은 서울 노원구의 어느 학원에서 국어 수업을 듣는다. 국어 과목을 담당하는 학원 교사는 악명이 높다. 한 학생이 문제를 늦게 풀자 “넌 이것도 못하느냐”며 학생의 뒤통수를 손으로 쳤다.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의 손바닥을 플라스틱 안마기로 여러차례 때린 적도 있다.

같은 학원의 수학 교사는 문제집을 안 가져왔다며 플라스틱 자로 손바닥을 때렸다. 이 학원에선 지각하는 학생 모두에게 체벌을 가한다. 1분 늦으면 2차례, 10분 늦으면 20차례 앉았다 일어나기를 해야 한다. 다른 학원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노원구에서 여러 학원을 옮겨다녔는데 체벌 안 하는 학원은 없었다”며 임군은 한숨을 쉬었다.

일부 부모들은 체벌을 자녀 양육의 주요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경남의 어느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진호군은 학교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종종 맞는다. 방 청소를 안 했다거나, 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부모는 매를 들었다. 각목이나 목검이 동원됐다. 이군은 중학생이던 지난해까지 두 달에 한 번꼴로 맞았다. “각목으로 맞을 땐 집을 뛰쳐나가고 싶다”고 이군은 말했다.

가정의 폭언도 일상적이다. 김윤주(가명)양은 고등학교 입학 이후 중학교 때보다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모인 자율형 사립고에선 성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성적표를 받는 날엔 집안이 한바탕 시끄러워진다. “열심히 안 하니까 공부를 못하는 거지”라며 엄마는 김양의 늦잠을 트집잡다가 급기야 “야, 이×아” 같은 욕설까지 내뱉는다. 부모의 욕설 앞에서 김양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이 안 나오는 걸 어떻게 해요.”

학교선 졸았다고 떠들었다고
엎드려뻗쳐에 방망이 찜질
“아직 분위기는 유신시대예요”

집에 들어오면 성적떨어졌다고
각목에 ‘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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