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경찰 관련 인권침해 사건
경찰서 형사계 ‘반말·폭언’ 여전
인권위 “인격권 침해 줄지않아”…5년새 폭행·모욕 1100여건 접수
경찰쪽 “수사 때 제압 위해 반말”…‘인권보호 수사준칙’ 헛구호 #장면 1. 지난달 31일 아침 서울 ㄱ경찰서 폭력팀 조사실. 성매매 혐의로 붙잡혀 온 중국 출신 동포 ㄱ아무개(36·여)씨에게 김아무개 경사가 반말로 다그쳤다. “너는 중국에서 여기까지 이거(성매매) 하려고 왔냐?” 중국의 한 공장에서 오른손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된 ㄱ씨는 10여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왔다. 하지만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이혼한 뒤 다섯살 된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 ㄱ씨가 생계 때문이라고 답하자 김 경사는 “아들 팔지 마라”며 윽박질렀고, 급기야 신씨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이렇게 모욕해도 되는 거예요?” #장면 2. 지난달 21일 서울의 또다른 ㄱ경찰서 형사계.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냐. 새끼야. 인상쓰지 마. 어휴~ ×××.” 이아무개 경사는 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던 이아무개(31)씨가 “혐의 사실과 진술조서 기재 내용이 다르다”며 서명을 거부하자, 거친 욕설을 한 뒤 수갑을 채워 대기실 의자에 붙들어 맸다. 담당 경찰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자해의 우려가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이씨는 진술조서 한구석에 ‘억울하다’는 말을 추가한 뒤 서명을 하고 풀려날 수 있었다.
쇠창살로 가로막은 경찰서 형사계 들머리에 들어서면 웬만한 강심장의 피의자라도 주눅들기 마련이다. 불편한 작은 철제 의자에 앉아 몇시간이 될지 모를 조사를 받는 것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경찰의 반말과 폭언이 쏟아지고 수갑까지 채워지면 자신을 제대로 방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선 경찰서 형사계에선 이런 구태가 여전하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접수된 경찰 관련 인권침해 사건 통계를 보면, 폭행이나 반말·모욕, 가혹행위 등이 여전히 줄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 최재경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1팀장은 “최근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욕설이나 모욕적 발언 등으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는 진정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 ㅎ경찰서 폭력팀 박아무개 형사는 “피의자에게 끌려다니면 범죄를 추궁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반말을 해서라도 제압해야 한다”며 “피의자와 경찰 사이에 완전한 인격적 대우가 이뤄지는 조사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도중 폭언, 강압적이거나 모욕적인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경찰의 ‘인권보호 수사준칙’은 말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수갑도 마찬가지다. 자해를 방지하거나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경우에만 채워야 할 수갑이 기선제압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ㅅ경찰서 김아무개 형사는 “조사기법상 수갑을 채우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인권위는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수갑을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금까지 접수된 진정 가운데 정도가 심한 6건을 수사의뢰하고 155건은 경찰에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한 경찰관은 “현재 경찰은 선배들의 경험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피의자 조사를 하고 있다”며 “인권교육 역시 통계를 위한 것일 뿐이고 피의자를 다루는 과학적인 교육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김지은 정옥재 수습기자 miso@hani.co.kr
경찰쪽 “수사 때 제압 위해 반말”…‘인권보호 수사준칙’ 헛구호 #장면 1. 지난달 31일 아침 서울 ㄱ경찰서 폭력팀 조사실. 성매매 혐의로 붙잡혀 온 중국 출신 동포 ㄱ아무개(36·여)씨에게 김아무개 경사가 반말로 다그쳤다. “너는 중국에서 여기까지 이거(성매매) 하려고 왔냐?” 중국의 한 공장에서 오른손을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된 ㄱ씨는 10여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에 왔다. 하지만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이혼한 뒤 다섯살 된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다. ㄱ씨가 생계 때문이라고 답하자 김 경사는 “아들 팔지 마라”며 윽박질렀고, 급기야 신씨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이렇게 모욕해도 되는 거예요?” #장면 2. 지난달 21일 서울의 또다른 ㄱ경찰서 형사계.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냐. 새끼야. 인상쓰지 마. 어휴~ ×××.” 이아무개 경사는 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던 이아무개(31)씨가 “혐의 사실과 진술조서 기재 내용이 다르다”며 서명을 거부하자, 거친 욕설을 한 뒤 수갑을 채워 대기실 의자에 붙들어 맸다. 담당 경찰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자해의 우려가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이씨는 진술조서 한구석에 ‘억울하다’는 말을 추가한 뒤 서명을 하고 풀려날 수 있었다.
쇠창살로 가로막은 경찰서 형사계 들머리에 들어서면 웬만한 강심장의 피의자라도 주눅들기 마련이다. 불편한 작은 철제 의자에 앉아 몇시간이 될지 모를 조사를 받는 것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경찰의 반말과 폭언이 쏟아지고 수갑까지 채워지면 자신을 제대로 방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선 경찰서 형사계에선 이런 구태가 여전하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접수된 경찰 관련 인권침해 사건 통계를 보면, 폭행이나 반말·모욕, 가혹행위 등이 여전히 줄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 최재경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1팀장은 “최근 경찰 조사 과정에서 욕설이나 모욕적 발언 등으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는 진정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 ㅎ경찰서 폭력팀 박아무개 형사는 “피의자에게 끌려다니면 범죄를 추궁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반말을 해서라도 제압해야 한다”며 “피의자와 경찰 사이에 완전한 인격적 대우가 이뤄지는 조사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 도중 폭언, 강압적이거나 모욕적인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경찰의 ‘인권보호 수사준칙’은 말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수갑도 마찬가지다. 자해를 방지하거나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경우에만 채워야 할 수갑이 기선제압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ㅅ경찰서 김아무개 형사는 “조사기법상 수갑을 채우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인권위는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수갑을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금까지 접수된 진정 가운데 정도가 심한 6건을 수사의뢰하고 155건은 경찰에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한 경찰관은 “현재 경찰은 선배들의 경험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피의자 조사를 하고 있다”며 “인권교육 역시 통계를 위한 것일 뿐이고 피의자를 다루는 과학적인 교육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김지은 정옥재 수습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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