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2일 한미 FTA 반대 농민 시위 모습
성난 농심이 22일 오후 전국 곳곳에서 폭발했다. 불법시위, 시민불편 등 국민들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꾹 눌러온 분노가 횃불을 앞세워 도청·시청 등 관공서 앞에서 마침내 터져나온 것이다. 특히 좀처럼 시위와는 거리가 먼 고장으로 여겨져온 충청·강원 지역과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들어 시위를 자제해온 광주에서 ‘과격’ 정도가 심했다.
2006년 11월 농심, 왜 성났을까?
“정부가 농민들 말 듣지 않고 제멋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해 농민들 자꾸 힘들게 하면 맨손으로라도 저항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책상에서만 협상할 것이 아니라 논밭을 찾아 다니며 농촌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충북 청원군 낭성면 귀래리 농민 조관호씨)
“가을걷이가 끝났지만 추곡수매 폐지로 쌀값이 떨어져 희망이 사라졌다.농민들 다 죽게 생겼는데, 정부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경북 의성군 농민회장 김정욱씨)
“농업 붕괴를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농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된 것이다. 농민 불만이 워낙 거세 광주든 서울이든 어디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있다.” (전남 진도군 군내면 둔전리 정해민씨)
농민시위가 처음부터 과격했던 건 아니다. 충북의 경우 평화시위를 통해 민심을 전하려던 농민들은 정우택 지사 면담 요구가 거절당하자 도청 정문 울타리와 서문을 부수고 도청 광장으로 진입했다. ‘한미 FTA저지 충북도민운동본부’ 김남균 공동집행위원장은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가 격해진 것은 농민들 민심이 그만큼 분노로 가득차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농민들을 철저히 소외시킨 채 일방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의 밀어부치기가 계속되면 농민 저항 또한 격해지고 완강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규모 농민시위는 추수 뒤 한해 농사를 결산하면서 느낀 좌절과 허탈감에서 비롯됐다는 진단도 많다. 농산물 개방,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추곡수매제도 폐지 등으로 농사 지어봐야 본전도 못 건지는 농심이 폭발한 것이란 얘기다.
전남 무안군 청계면 배봉마을에서 평생 농사를 지은 배길환(75)씨는 농촌 떠난 이웃들 논까지 14마지기를 지어 올해 40㎏짜리 쌀 200포대를 수확했지만 “농약값, 콤바인값, 모 심을 때 인건비 주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이 없다”고 했다.
전남 영암군 시종면에서 1만5천평의 쌀농사를 짓는 전업농 강광범(45)씨는 “해마다 쌀값이 떨어져 정부에서 빌린 논 임대료 이자조차 갚기 힘든 전업농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김덕종 의장은 “정부의 잇단 농정실패로 농촌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며 “나이는 들고 수입은 줄어 개인파산하는 농민이 늘고 있어 앞으로 대정부투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했다. 류시훈 광주시농민회 회장도 “이번 시위로 농민들 절망과 분노가 표현됐다”며 “부모뻘인 농민들이 항의하는 걸 보고 노동자와 학생들이 가세해 우발적으로 과격양상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광주시청 앞 시위에 참가했다가 부상을 입고 20바늘을 꿰맨 김춘기(64·나주시 동강면)씨는 “쌀값도 떨어지는데 외국쌀 수입하면 농사 못짓는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농민을 무시하니까 집회장에 나갔다”고 했다. 최근 부동산 폭등현상 등 상대적 박탈감이 농민들 과격시위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 홍천군 내면 최아무개(47) 농민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난 아파트값 폭등현상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었다”며 “자식 1명 서울지역 대학에 유학 보내려면 아무리 구두쇠처럼 아껴도 연간 1500만원이 들어가는데, 서울지역 부동산값 폭등으로 유학 비용이 더욱 늘어날까 걱정”이라며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대하 구대선 김종화 송인걸 오윤주 기자 daeha@hani.co.kr
전농 광주전남연맹 김덕종 의장은 “정부의 잇단 농정실패로 농촌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며 “나이는 들고 수입은 줄어 개인파산하는 농민이 늘고 있어 앞으로 대정부투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했다. 류시훈 광주시농민회 회장도 “이번 시위로 농민들 절망과 분노가 표현됐다”며 “부모뻘인 농민들이 항의하는 걸 보고 노동자와 학생들이 가세해 우발적으로 과격양상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광주시청 앞 시위에 참가했다가 부상을 입고 20바늘을 꿰맨 김춘기(64·나주시 동강면)씨는 “쌀값도 떨어지는데 외국쌀 수입하면 농사 못짓는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농민을 무시하니까 집회장에 나갔다”고 했다. 최근 부동산 폭등현상 등 상대적 박탈감이 농민들 과격시위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 홍천군 내면 최아무개(47) 농민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난 아파트값 폭등현상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었다”며 “자식 1명 서울지역 대학에 유학 보내려면 아무리 구두쇠처럼 아껴도 연간 1500만원이 들어가는데, 서울지역 부동산값 폭등으로 유학 비용이 더욱 늘어날까 걱정”이라며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대하 구대선 김종화 송인걸 오윤주 기자 daeha@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