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생존권 위협에 집값 폭등 겹쳐…지도부 투쟁수위 높여
22일 전국 13개 시·도에서 일제히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 시위에서는 농민을 주축으로 한 일부 시위대가 도청이나 시청 진입을 시도하는 등 최근에 없던 격렬한 양상을 보였다. 광주와 대전, 청주, 춘천, 대구 등 모두 5곳에서 시위대의 도청 진입 시도가 벌어졌다.
시위 지도부는 애초부터 도청 진입 등 강력한 시위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종범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충북본부 사무처장은 “자유무역협정 반대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되 지역 상황에 맞게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주에서는 경찰 등이 막든지 안 막든지 도청 광장까지 진입하려고 했는데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정문 울타리와 서문을 뜯고 도청으로 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의 격렬한 시위는 성난 민심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유무역협정을 강행할 경우 더 큰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승철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사무처장도 “12월 5차 협상을 앞두고 국민의 의사를 전하러 서울은 청와대, 지방은 시·도청으로 갔다”며 “협상의 타격이 가장 큰 농민들의 요구로 투쟁수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정부의 실정에다 최근 부동산이 폭등한 것까지 겹쳐 서민들이 생존권 위협을 받으면서 시위가 격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청 진입이 시도된 대전 지역 시위에서는 행동대가 종전에 비해 훨씬 많이 눈에 띄었으며, 분노한 농민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쇠 울타리를 뜯어내고 향나무 울타리를 불태우는 등 격렬시위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청에서는 시청 건물의 유리창 수백장이 깨져 3억여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또 청사 진입 과정에서 시·도지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유무역협정의 백지화에 앞장설 것을 주장했다. 청주에서는 정우택 충북지사 면담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한미 FTA’라고 적힌 상여와 정 지사 인형을 불태우기도 했다. 지역종합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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