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주요 진보세력이 주도한 ‘노동 기본권 쟁취, 사회 양극화 해소,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1차 범국민 총궐기대회’가 어제 전국 대도시 10여 곳에서 열렸다. 이 집회의 주체 세력은 민주노총, 전국농민회 총연맹을 비롯한 부문별 사회운동 단체들이다. 이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집회 명칭에 분명히 나타나 있다.
주최 쪽은 총궐기대회를 12월 초까지 수요일마다 열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매일밤 전국에서 촛불문화제가 이어질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어제 총파업에 그치지 않고 28일까지 하루 4시간씩 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초겨울 도시의 거리를 정부 규탄 목소리로 채우겠다는 이 계획이 얼마나 대중적 호응을 얻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노무현 정부로 대표되는 이른바 개혁세력에 대한 이들의 반감이 극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흔히 지금의 상황을 진보개혁 세력의 위기라고 하지만, 이른바 진보세력은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그들은 개혁세력이 진보세력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느낀다. 비정규직 법안, 노동법 개정 등 노동 관련 정책은 물론이고, 교육이나 부동산 정책 같은 주요 정책에서 자신들의 요구가 계속 배제되어 왔다는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대목은 역시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에 대한 반감이다. 정부가 민중의 생존권을 위기로 몰면서 일방적으로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들은 비판한다.
심각하게 고려할 점은 이런 비판이 얼마나 설득력 있느냐라기보다 그 반감이 어디서 비롯됐느냐다. 여기엔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겠으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역시 대화의 단절이다. 정부는 노동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철저히 따돌렸고,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판 세력을 설득하려는 대화 노력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불분명한 장밋빛 전망을 내세운 대국민 홍보 활동에 쏟은 노력의 일부만이라도 설득과 대화에 할애했다면 사태가 이 정도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를 보면 정부가 민심을 급속히 잃어가는 가운데 각 집단의 갈등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혼란을 극복하는 길은 대화밖에 없다. 정부는 진보세력의 ‘유연성 없는 투쟁 태도’를 탓하기 전에 진정한 대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것이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이 상생하는 길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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