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열린 아동권리보장원 창립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이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도 출생 등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출생신고 근거법 적용 대상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정돼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12일 서울 종로구에서 연 아동권리보장원 창립 4주년 기자간담회 직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누구든 정확하게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출생통보제를 시작으로 보편적 출생등록까지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는 부모의 법적 지위 등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이 출생 뒤 즉시 등록될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달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출생통보제 도입을 담은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은 한국 국민이다. 외국인 부모가 한국에서 출산한 경우 자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통해 본국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지만, 부모가 난민이거나 불법 체류 중인 경우 출생등록 절차를 밟기 어렵다. 이렇게 ‘유령 아동’이 된 아동은 성장에 필요한 보건·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렵고 학대나 유기 등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정 원장은 이날 아동 보호를 위해선 위기 임산부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러 정부 부처와 민간 기관에서 위기 임신부를 대상으로 전화 상담을 하고 있는데, 지원 창구가 분산돼 있고 필요한 정보도 충분하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기관을 통합해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위기 임산부가 (지원) 기관 어느 곳에 전화하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 해야 할 일”이라며 “(출산 관련) 어떤 대안이 있고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임신부에게 제공하는 정보엔 임신중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모가 신원을 감추고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에 대해선 “최후의 보루로 존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출생신고가 안 된 채 살해·학대 위험에 처한 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호출산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동이 친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하고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 원장은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더라도 아동의 알 권리를 보장될 수 있도록 아동이 일정 나이가 돼 부모의 정보 열람을 신청하면 부모 동의를 받아 공개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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