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경찰이 경기 용인시의 한 야산에서 친부와 외조모가 살해해 암매장한 남자아기 주검을 수색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출산 뒤 아기를 살해하고 주검을 매장한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찰이 유력 증거인 아기 주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0일 ‘용인 장애영아 살인·매장 사건’의 주검 수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6일부터 중장비와 주검 탐지견 등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야산 일대에서 2차례 수색을 벌였으나, 주검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장 추정 장소가 야산으로 일정하게 관리된 장소가 아닌 데다, 야생동물에 의한 훼손, 성인에 비해 빠른 부패 속도 등 다양한 요인으로 주검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수색을 중단하고, 다른 증거 확보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친부 이아무개(40대)씨와 외조모 손아무개(60)씨는 지난 2015년 3월 출산한 아기를 숨지게 하고, 주검을 야산에 매장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지난 8일 구속됐다. 경찰은 이들이 출산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기가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날 것을 알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친모에 대한 수사도 계속 진행 중이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은 친모는 경찰에서 “출산 당시 사산한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병원 진료기록에서 출산 전 제왕절개 수술을 위해 동의서를 냈던 기록을 확인하고, 조만간 친모를 불러 진술의 신빙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2019년 4월 출산한 아기를 사흘간 방치했다가 숨지자 주검을 유기한 20대 친모 박아무개씨(구속)의 아기 주검도 발견하지 못한 채 사건이 검찰로 송치됐다. 박씨는 당시 거주하던 대전 유성구의 한 야산에 주검을 유기했다고 진술했다가 집 근처에 유기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이 대전 야산 등을 수색했지만, 결국 주검을 찾지 못했다.
‘과천 장애영아 아동학대치사 사건’의 경우도 아직 주검을 발견하지 못했다. 불구속 입건된 50대 친모 ㄱ씨는 2015년 9월 출산한 남자아기를 방치해 숨지자 지방의 선산에 매장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기 추정 장소에서 1차 수색을 벌였으나 찾지 못했다. 다만, 산이나 주변 나무가 훼손될 우려가 있어서 토지 소유주와 협의한 뒤 2차 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범행을 입증할 유력 증거인 주검이 없으면, 피의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살인인지, 방치로 숨진 것인지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검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범죄를 입증할 다른 다양한 기록 등을 보강해 검찰로 송치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123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난 7일 완료했다. 전수 조사 결과, 지자체에서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아기 1069명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경기남부청 관내 246명 가운데 63명(살인 3명, 병사 8명, 안전확인 52명)에 대해선 수사가 종결됐다. 나머지 183명의 아동에 대해선 계속 수사 중이다. 다만, 베이비박스에 넘긴 사례 가운데 아기의 안전이 확인된 경우는 수사하지 않기로 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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