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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성추행 빰친 무마·회유 압력

등록 2006-03-02 18:51수정 2006-03-03 07:5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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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교정청 등 조사과정서 “증인 있나… 너만 힘들다”
‘정신분열’ 입원치료 외면 절망감 내몰아
피해 여성 가족들, 손배 소송·편지 제출

서울구치소 여성 재소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은 교도관의 성추행과 이후 교정당국의 사건 무마·축소 압력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축소·은폐 과정에 최소한 서울구치소의 상급기관인 서울교정청 관계자들까지 간여해 피해 여성에게 되레 책임을 덮어씌우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런 사실들은 여성 재소자 가족이 2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증거물로 제출한 피해 여성의 ‘편지’ 등을 통해 밝혀졌다.

편지에서 피해 여성은 “(성추행 신고를 받은) 서울구치소 간부들과 교도관들이 ‘(가해 교도관은) 정년이 1년밖에 남지 않았으니 (진정서를 쓰려면) 단지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쓰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못하겠다”고 저항했으나, 결국 교도관들의 요구를 못이겨 성추행 내용을 밝히지 못한 채 “불미스런 일”로 썼다고 말했다.

교도관들은 또 성추행 신고를 받고 나서 “증인이 있느냐” “왜 소리를 지르지 않았느냐” “사과를 받아라” “너만 힘들어진다”는 등의 말로 피해 여성을 압박한 것으로 편지에는 나타나 있다. 교도관들은 “절대로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는 요구까지 한 사실도 편지에 씌어 있다.

이 여성 재소자는 서울교정청의 조사과정에서도 “내가 가해자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법무부에서 조사를 나왔다는 한 간부가 ‘가석방 소리에 귀가 솔깃하지 않았냐’고 되묻기도 했다”며 “(성추행 사건의 충격으로) 나도 모르게 소변을 보는 처지에, 이런 이상한 소리까지 들으면서 살아야 하느냐?”고 한탄했다.

피해 여성의 가족들은 이날 낸 소장에서 “성추행을 당한 2월1일 이후 정신분열 증세를 보였음에도, 서울구치소 관계자들은 가족들이 면회를 갈 때까지 이를 숨겼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면회(2월6일) 때 실상을 알게 돼, 특별접견과 정신과적 치료를 요구하자 구치소 쪽은 비로소 첫 병원치료(2월8일)를 받게 했다”며 “그렇지만 구치소 쪽은 가족들의 입원치료 요구를 끝내 묵살하고 통원치료와 투약만을 허용하다 자살을 기도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피해 여성의) 불이익 등을 고려해 지난달 15일 가해 교도관과 합의를 했지만, 충격을 우려해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본인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성추행 사건 이후 당국의 몰아붙이기식 조사와 사건 은폐·무마 시도 때문에 자살을 기도한 것”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3억6천만원의 손해배상과 위자료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김수남 법무부 정책홍보관리관은 “성추행 진상조사단에서 편지를 확보해 사실 여부를 규명하겠다”며 “편지에 나온 내용을 전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어 “감독 기관인 법무부 등이 여성 재소자 자살기도 사건에 대해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선 것은 유감”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구금시설내 여성 재소자의 처우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촉구했다.

김기성 유신재 김태규 기자rpqkf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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