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안에서 성추행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여성 재소자의 편지에는 성추행 사건과 이후 조사 과정에서 일어난 법무부와 구치소의 사건 무마 시도, 그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사랑스런 동생 ○○에게’로 시작하는 8장짜리 편지를 구치소 직원들의 눈을 피해 지난달 8일 특별접견을 한 여동생에게 전했다. 다음은 편지의 주요 내용이다.
성추행 사건=(가해 교도관이) 신랑은 왜 면회를 안 오냐고 물어 별거 중이라고 했어. 신랑이 여자가 있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바람을 피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하면서, 자기가 가석방으로 일찍 보내주게 되면 나가서 만나줄 수 있냐고 묻더라. 자리에서 일어나 나한테 다가와 일으켜 세우길래 놀라서 옆으로 자리를 피했어. 내 쪽으로 다가와서는 나를 안으면서 한 손으로는 왼쪽 가슴을, 한 손으로는 목을 끌어안다가 엉덩이로 손이 내려갔어. 주무르면서. 정말 순식간이었고 상상도 못한 일이라 소리는커녕 아무 생각도 없었다. 밀쳐냈지만 다시 내 뒤쪽으로 와서 끌어안고 한 손이 관복 안으로 들어와서 가슴을 만지고 또 엉덩이를 만지고. 내가 자꾸 이러면 소리치겠다고 하니까 왜 이러냐, 뽀뽀 한번만 하자고 했다. 정말 인간도 아니야. 하도 저항을 하고 소리를 지른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물러나면서 진정하라고, 미안하다고 하더라. 마지막으로 “절대로 이런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어.
부적절한 조사=(여성 교도관에게) “저기 저 아저씨가 엉덩이랑 가슴을 만졌다”고 하니까, ○○○(가해 교도관)는 자기가 ‘뭘 잘못했느냐’고 하면서 나한테 막 대들더라. (여성 교도관에게) 있었던 일 이야기를 다시 하니까, 사과를 받으라고 하더라. 싫다고, 얼굴도 보기 싫다고 했어. 그리고 내가 물어봤어. 만약에 이런 일이 밖으로 알려지면 어떻게 되냐고 했더니 여자 교도관 말씀이 나만 힘들어지고, “증인 있냐”고 하시더라. 너무 기가 막히지 않니? 그러면서 “왜 소리 지르지 않았냐”고 하더라. 그 상황에 소리가 나올까? 더군다나 이런 곳에서 그런 일을 당하면서? (가해 교도관에게) 만약에 당신 딸이 누구로부터 이런 일을 당했으면 어쩔 거냐고 하니까 안 당해 봐서 모르겠대. 정말 죽일 놈이야. 어제도 너랑 엄마 면회하고 나서 법무부 조사 받는데 내가 가해자인 것 같은 기분이었어.
사건 무마 시도=(여성 교도관이) 조금 뒤 “○○○가 정년이 1년 남았는데 용서해주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내가 생각해 보고 내일 쓰면 안 되느냐고 하니까 왜 내일 하려고 하냐면서 (진술서를) 써달래. 내용은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쓰라고 하길래 “못한다”고 했어. 또 (진실을) “자세히 쓰면 (가해 교도관이) 직장을 잃는다”면서. 그냥 “분류과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썼어. 그러고 난 뒤 분류과 직원들이 사과를 하면서 “절대로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하더라.
정신적 충격과 자살 생각=너는 잘 알잖아 내가 약속하면 입이 무겁다는 거. 하지만 정말 힘이 들어. 나도 모르게 소변을 의자 위에서 보고 미치겠어. 소변만 안 보고 잠만 계속 잤으면 좋겠어. ○○야, 언니 억울한 일 풀어줘. 아이들 곁으로 갈 일 얼마 안 남았는데 그게 가장 슬프다. 정말 숨쉬기가 힘들어. 그런데 법무부 ○○○ 과장이라는 사람은 “가석방 소리에 귀가 솔깃하지 않았냐”고 묻고. 주위 사람들도 내가 일찍 가석방으로 나가려고 이런다고 생각하나 봐. 자기네들은 당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이야. 아직도 제대로 할 말을 못했는데, 내가 숨 좀 제대로 쉬고 가슴 좀 안 아팠으면 좋겠어. 이러다가는 정말로 죽을 것 같다. 살려줘. (가해 교도관의) 입냄새 미치겠어. 내가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