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왼쪽)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법정 스님 제사를 봉행하는 제자들.(오른쪽) <한겨레> 자료사진
올해 종교계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세계 최대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일군 조용기 원로 목사와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 보수기독교를 대표해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였다.
지난해 조계종 봉은사 사태의 주역이던 명진 스님이 주지직에서 물러나 충북 제천 월악산 보광암으로 입산하고, 환경·생명 운동의 핵이었던 수경 스님이 은둔에 들어가는 등 불교계 뉴스메이커들이 비운 공간을 이들이 메우고 나섰다.
조 목사는 ‘가족들과 함께 교회 사유화’ 의혹을 받으면서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과 차남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 등과 함께 교회 장로 및 <국민일보> 노조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했다. 길 목사는 지난해 말 치러진 대표회장 선거 때 금권선거 의혹에 휘말려 3개월간 대표회장 직무가 정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그 공백기에 법원이 파견한 직무대행의 주도로 마련된 개혁안을 대표회장에 복귀한 뒤 무력화하려 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조 목사와 길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한기총 내부 문제 이전에 이미 뉴스를 만들어냈던 인물들이다. 조 목사는 지난 2월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이슬람 채권법 도입을 추진할 경우 하야운동을 벌이겠다고 해서, 길 목사는 지난 3월 국가조찬기도회란 공개석상에서 이 대통령을 무릎 꿇고 기도하게 해 각각 파문을 일으켰다.
또 기독당 창당을 주도한 청교도영성수련원장 전광훈 목사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사탄 마귀에 속한 사람이 서울시장이 돼선 안 된다’고 발언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등이 논란에 휩싸였다.
개신교가 이처럼 목사의 비리 의혹과 ‘권력욕’에 의해 파문을 일으켰다면, 이명박 정권 들어 ‘아웃사이더’로 내몰린 듯한 피해의식에 젖은 불교계는 불교적 정체성을 고수하려는 이들과 열린 불교를 지향하려는 이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 2월엔 법정 스님 열반 1주기를 앞두고 법정 스님의 뒤를 이어 길상사 주지와 맑고향기롭게 이사장을 맡아 이끌어오던 덕현 스님이 내분으로 인해 갑자기 떠나는 사태가 빚어졌다. 내분은 범종교, 초종파를 지향한 맑고향기롭게의 창립자 법정 스님의 유지를 받들려는 기존 이사진들과 ‘불교적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덕현 스님의 갈등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가 ‘나만의 진리를 고집하지 않고, 이웃 종교에도 진리가 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종교인평화선언을 마련한 것에 대해 종단 안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법전 종정에 의해 선포가 유보되기도 했다.
이런 종교계 뉴스들은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는 도법 스님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지난 7월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들이 조용기 목사 부부가 온 경기도 파주 최자실금식기도원에서 ‘교회를 사유화하지 말라’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지난 10월 실시한 대국민여론조사에서 ‘종교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대기업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었다.
올 한해는 물질화·세속화·권력화하는 종교계 현실에 맞서려는 노력도 어느 해보다 구체적으로 이어졌다. 불교계에선 ‘봉은사 사태’ 내홍을 겪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7월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를 띄워 수행·문화·생명·나눔·평화 등 5대 결사운동을 추진했다.
개신교에선 치열한 쇄신 운동이 벌어졌다. ‘한기총의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발언으로 촉발된 한기총 해체운동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이 가세해 실제 주요 교단들이 탈퇴하도록 이끌어냈다. 또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선 장로들이 절대자로 군림하던 조 목사와 가족들의 교회 사유화에 맞선다며 고소 등 구체적 행동에 돌입하기도 했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한기총을 보면 자체 개혁이 불가능함을 말해주고 있다”며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앞두고 한국 교회가 교회 내적인 근본적인 개혁과 함께 남북간·종교간 갈등과 사회 양극화 등 3가지 주요 문제를 앞장서서 해결하려는 운동이 새해엔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시대변화에 따라 종교가 세속화·물질화돼 실망도 안겨주고 있지만, 현 정부 들어 불교는 이웃종교로부터 피해를 받는다는 의식 속에서도 감정적 대립보다는 종교평화선언을 시도한 것은 종교계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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