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9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포털 관련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포털 뉴스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주장을 내세워 ‘포털 길들이기’ 논란을 불렀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박근혜 정부 3년 언론장악
인터넷은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며 표현촉진적인 매체”(2002년 헌법재판소 ‘전기통신사업법 53조’ 위헌 결정문 중)라는 특성 때문에 다른 전통 미디어와 달리 정치권력에 의한 ‘장악’이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 박근혜 정부가 인터넷의 뉴스 또는 공론장과 관련된 정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놓으며 “방송 장악에 이어 인터넷 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9월 새누리당이 산하 여의도연구원의 이른바 ‘포털 보고서’를 빌미로, 포털에 대해 뉴스 서비스가 “편향됐다”며 대대적으로 뭇매를 가한 것은 인터넷 장악 의도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인터넷 공론장과 관련해 이뤄진 조처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강화한 신문법 시행령 개정과 가장 큰 인터넷 뉴스 유통시장으로 꼽히는 포털 뉴스 서비스의 대대적인 개편이다. 정부는 애초 ‘취재·편집인력 3명 이상’이었던 인터넷신문의 등록요건을 ‘취재·편집인력 5명 이상의 상시고용’으로 강화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뉴스·검색 서비스 제휴사의 자격 평가를 외부 단체들에게 맡긴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도입했다. 둘 다 이른바 ‘사이비 언론’에 대한 대응을 주된 이유로 내걸었다.
매체등록요건 ‘5명이상 상시고용’으로
포털서 소규모 매체 없어지게
다양성 사라지고 주류 목소리만 노출
통신사 뉴스 범람…속보 중심 변질
심의규정 고쳐 댓글·펌글까지 옥좨 이런 조처들이 최근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정부와 언론뿐 아니라 인터넷 기업, 광고주들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정치권력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인터넷 공론장을 ‘담론복합체’에 속하는 기성 언론들의 뉴스만 집중적으로 유통되는 시장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제휴 대상 매체를 ‘신문법에 따라 등록된 인터넷 뉴스’로 제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여론 다양성을 담보할 소규모 매체들은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 사라지고 이미 신문, 방송 등을 통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매체들의 목소리가 인터넷마저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력의 지속적인 ‘공정성’ 시비와 관련해 포털사들이 ‘기계적인 중립’을 내세워 인터넷상에서 ‘담론복합체’의 영향력을 강화해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 <연합뉴스> 등 통신사 뉴스의 유통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정치권력이 포털사에 딴죽을 걸 수 있는 비판적인 뉴스 대신 기계적인 중립을 앞세운 속보 중심의 뉴스가 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정성 시비에 대해 포털은 알고리즘을 앞세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식의 시장 논리로 대응하지만, 이러한 ‘알고리즘 저널리즘’ 자체가 여론 다양성을 해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주요 언론들이 정권 비판 기사를 거의 쓰지 않아 실제로 포털 뉴스 페이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규제기구 등을 통해 인터넷 뉴스 시장뿐 아니라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에까지 개입하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통신심의규정’을 개정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기사 본문뿐 아니라 댓글이나 펌글까지도 중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내놨다.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일방의 요청에 따라 게시글을 임의로 차단하는 ‘임시조치’ 건수 역시 2010년 14만여건에서 2014년 45만여건으로 급증한 바 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개인의 사생활을 폭넓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해주는 테러방지법에 대한 정부·여당의 집착에서 볼 수 있듯, 언론사 등 사업자 영역뿐 아니라 개인의 사적인 대화까지 폭넓게 통제하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포털서 소규모 매체 없어지게
다양성 사라지고 주류 목소리만 노출
통신사 뉴스 범람…속보 중심 변질
심의규정 고쳐 댓글·펌글까지 옥좨 이런 조처들이 최근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정부와 언론뿐 아니라 인터넷 기업, 광고주들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정치권력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인터넷 공론장을 ‘담론복합체’에 속하는 기성 언론들의 뉴스만 집중적으로 유통되는 시장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제휴 대상 매체를 ‘신문법에 따라 등록된 인터넷 뉴스’로 제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여론 다양성을 담보할 소규모 매체들은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 사라지고 이미 신문, 방송 등을 통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매체들의 목소리가 인터넷마저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력의 지속적인 ‘공정성’ 시비와 관련해 포털사들이 ‘기계적인 중립’을 내세워 인터넷상에서 ‘담론복합체’의 영향력을 강화해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포털 뉴스 서비스에서 <연합뉴스> 등 통신사 뉴스의 유통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정치권력이 포털사에 딴죽을 걸 수 있는 비판적인 뉴스 대신 기계적인 중립을 앞세운 속보 중심의 뉴스가 주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정성 시비에 대해 포털은 알고리즘을 앞세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식의 시장 논리로 대응하지만, 이러한 ‘알고리즘 저널리즘’ 자체가 여론 다양성을 해친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주요 언론들이 정권 비판 기사를 거의 쓰지 않아 실제로 포털 뉴스 페이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규제기구 등을 통해 인터넷 뉴스 시장뿐 아니라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에까지 개입하려는 의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통신심의규정’을 개정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기사 본문뿐 아니라 댓글이나 펌글까지도 중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내놨다.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일방의 요청에 따라 게시글을 임의로 차단하는 ‘임시조치’ 건수 역시 2010년 14만여건에서 2014년 45만여건으로 급증한 바 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개인의 사생활을 폭넓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해주는 테러방지법에 대한 정부·여당의 집착에서 볼 수 있듯, 언론사 등 사업자 영역뿐 아니라 개인의 사적인 대화까지 폭넓게 통제하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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