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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친정부 경영진, 비판적 기자·피디 ‘거세’…결딴난 ‘공영’

등록 2016-02-25 21:37

박근혜 정부 3년 언론장악
2014년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방송>(KBS) 9시뉴스 앵커였던 최영철 기자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보도개입’ 의혹이 불거진 길환영 당시 한국방송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길 전 사장은 청와대 보도통제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받아 같은 해 6월 해임됐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4년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방송>(KBS) 9시뉴스 앵커였던 최영철 기자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보도개입’ 의혹이 불거진 길환영 당시 한국방송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길 전 사장은 청와대 보도통제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받아 같은 해 6월 해임됐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명박 정부로부터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이명박근혜’ 체제의 핵심적인 특징은 공영방송의 약화다. 미디어 산업의 빠른 변화가 근본적인 배경이지만, 두 정부 연속해 방송 장악이 계속되면서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공영방송 고유의 역량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 대체재인 종합편성채널(종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 등도 공영방송 약화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대대적인 방송 장악을 시도한 이명박 정부는 공영방송의 비판 프로그램들과 극심하게 갈등했다. <문화방송>(MBC)의 ‘피디수첩’, <한국방송>(KBS)의 ‘추적60분’ 등 이른바 ‘피디 저널리즘’을 앞세운 시사 프로그램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광우병, 천안함 등의 사안을 탐사보도했다가 정부의 소송,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징계 등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이런 비판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의 경험이 ‘학습효과’가 되어, 공영방송 스스로 정치권력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을 엄격한 ‘내부 통제’를 통해 걸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화방송에서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어온 시사교양국이 분리, 해체되는 등의 과정을 겪었다. 지난해 한국방송 <훈장>의 사례에서 보듯 간혹 비판의식이 담긴 프로그램이 시도되더라도 내부의 ‘게이트키핑’에 가로막혀 방송조차 하기 힘든 형편이다. 대신 역사교과서 국정화, 대북 강경 대응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정부·여당의 입장을 앞세운 보도가 두드러진다.

광우병·4대강 등 MB정권 학습효과
비판프로그램 제작 자체가 힘들도록
생산부서 해체·‘문제인물’ 현업 배제
시도된다 해도 내부통제로 걸러내

기자들은 징계 두려워 자체검열
종편은 무풍지대 막말 편파보도 기승

고대영 한국방송 사장은 지난해 청문회에서 ‘문창극 전 총리 후보 검증 보도’,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 보도’, <뿌리깊은 미래> 등 보수세력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던 자사의 보도·프로그램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백종문 문화방송 미래전략본부장은 최근 폭로된 녹취에서 “지금은 그런 방송들(비비케이 의혹 보도, 광우병 보도 등)이 나가지 못하도록 프로그램을 다 통제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영방송의 경영진 스스로 ‘문제적 프로그램’에 대해 통제 의도와 그 구체적인 실행 내용까지 내보인 셈이다.

경영진의 이런 인식은 징계, 전보, 인사평가 등 경영진의 실질적인 권한과 맞물려 공영방송 내부 구성원들을 꼼꼼하게 잡도리하는 데 위력을 발휘한다. 문화방송이 파업 뒤 대규모 징계, 전보 조처를 통해 많은 구성원을 현업에서 ‘배제’시키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방송에서도 전임 사장의 출근 저지 운동을 폈다는 이유로 노조 간부들이 징계를 받거나, 사내 게시판에 자사 보도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해고되는 등의 일들이 벌어졌다. 24일에는 ‘공정방송 감시활동’의 일환으로 자사 보도의 배경을 내부 취재하던 한국방송 노조·기자협회 간부가 징계를 받았다. 공영방송의 한 기자는 “징계나 인사조처가 두려워, 문제가 될 만한 보도나 프로그램은 아예 발제조차 하지 않는 등 ‘자체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백종문 녹취’로 드러난 문화방송 임원과 ‘청탁’을 앞세운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의 회동은 엄격한 내부 통제에 골몰하고 있는 공영방송이 대외적으로는 얼마나 취약해졌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와 대조적으로 종편은 ‘이명박근혜’ 체제에서 거의 유일하게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매체로 꼽힌다. 종편은 출범 당시부터 “이명박 정부가 보수 언론에 준 선물”이라는 비판을 받은 이래 막말·편파 방송, 불법 광고영업 의혹 등으로 꾸준히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2014년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 절차를 무난히 통과하는 등 별다른 감시나 견제를 받지 않고 있다. 지나친 막말·편파 방송으로 방심위의 단골 심의 대상으로 오르내리기는 하나, 방심위 내부에서마저 “이중잣대”, “봐주기 심의” 등의 문제 제기가 나오는 형편이다. 여기에 일부 예능 프로그램 등이 상업적으로도 성과를 내면서, 종편은 ‘약골’이 되어버린 공영방송에 갈수록 실질적인 위협이 되어가고 있다. 오후 시간대에 시사 프로그램을 배치한다거나 ‘집단 토크 프로그램’과 같은 포맷을 채용하는 등 공영방송이 종편을 따라 하는 흐름마저 나타나고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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