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언론계 이슈는 ‘종편’, ‘미디어렙’, ‘도청’, ‘나꼼수’로 요약된다. 지난 1일 종편 4사 공동 개국식에서 축사를 하는 김황식 국무총리. 이정우 선임기자, 김명진 기자 woo@hani.co.kr
4가지 열쇳말로 본 2011 언론 점검과 전망
올 한해 언론계 최대 이슈는 종합편성채널(종편) 출범이다. 온갖 특혜로 무장한 ‘지상파급’ 보수 사영방송 4곳의 출범을 두고, 언론계 안팎에선 방송의 공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 나왔다. 진보·보수 여론의 균형축을 급격히 무너뜨리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물 것이라는 진단도 있었다. 방송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조중동 종편’에 대한 집권 세력의 사랑은 현재 진행형이다. 종편의 광고영업을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에 즉각 위탁해야 한다는 언론계와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를 닫고 있다. 3년째 끌고 있는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둘러싼 논란은 내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종편과 미디어렙 이외 올 한해 언론계에서 주목받은 사안은 <한국방송>(KBS)의 민주당 최고위원회 도청 의혹 사건과 ‘나는 꼼수다’(나꼼수) 열풍이다. 검찰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도청 의혹 사건을 두고는 언론 윤리의 타락상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잇달았다. 나꼼수에 대한 대중의 열광엔, 권력 감시라는 소명을 가벼이 생각하는 기존 언론의 일그러진 모습이 한 배경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닻올린 종편, 보수편향 뚜렷
여론 균형 깨 민주주의 위태 1. 종편 잇단 특혜와 개국 조·중·동·매경 등 보수 신문사들이 대주주인 종편 4곳은 지난해 말 사업자에 선정된 뒤 올해 의무송신, 광고 직거래, ‘황금채널’ 등 특혜를 업고 12월1일 개국했다. 특히 상업방송인 종편에 주어진 의무송신 혜택은 불합리한 방송법 조항에 따른 것으로 개정 대상이라는 지적이 높다. 전국 권역에서 방송을 의무적으로 내보내야 하는 의무송신은 공영방송에서도 <한국방송>(KBS) 1텔레비전과 <교육방송>(EBS)에만 적용돼 왔다. <제이티비시>, <채널에이>, <티브이 조선>, <엠비엔> 등 종편 4곳은 대부분 ‘0%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급’ 혹은 ‘지상파를 뛰어넘는 창의적 콘텐츠’라며, 지상파에 준하는 광고 단가를 기업들에 요구해왔던 종편 처지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종편의 논조는 우려했던 대로 보수 편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는 새해 선거 국면에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공정경쟁을 통한 방송 콘텐츠의 질적인 제고보다는 조중동 신문의 보수적 정파성이 방송으로 그대로 이어져 총선과 대선국면에 여론을 왜곡할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3년 넘게 미디어렙 법 표류
광고 직거래로 상업화 가속
2. 미디어렙 법안 처리 지연 헌법재판소가 2008년 11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독점적’ 광고판매 체제에 위헌 결정을 내린 뒤 국회는 3년 넘게 미디어렙 법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법 공백 상태를 틈타 종편들이 지난 10월 직접영업에 뛰어들었고 에스비에스 등 지상파도 내년 1월 가세할 채비를 하면서 방송 광고시장은 ‘약육강식’ 전쟁터가 되고 있다. 연말부터 신문과 중소방송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지역방송 등 매체들의 광고수익이 크게 줄고 있다. 여론 다양성을 떠받치는 한켠 기둥들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미디어렙은 방송의 공공·공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도·편성과 광고영업을 분리하는 칸막이 구실을 한다. 이 법안의 타결을 막은 최대 쟁점은 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여부였다. 방통위는 지난 9월 ‘종편 광고영업을 미디어렙에 의무 위탁’할 경우 위헌소지가 없는지 법률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종편의 의무위탁이 헌재 결정 취지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음에도 여당과 방통위의 종편 위탁 시간끌기는 계속되고 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정치권의 입법 작업이 늦어져 에스비에스에 이어 문화방송까지 직거래에 나서면 방송의 상업화 둑이 열리면서 매체 전체의 균형발전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청의혹사건 ‘무혐의’ 종결
한국방송, 진실 규명 소극적
3. 한국방송 도청 의혹 사건 “틀림없는 발언 녹취록입니다. 그냥 몇 줄만 제가 읽어드리겠습니다.” 지난 6월24일 임시국회 회기중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민주당의 비공개 회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여야의 한국방송 수신료 1000원 인상안 합의를 뒤집었다며 전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민주당은 곧바로 도청 의혹을 제기하며 한 의원을 고발했다. 경찰은 민주당을 출입하는 한국방송 기자 한명을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4개월 수사 끝에 “증거 불충분”으로 지난 11월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하지만 검찰은 이달 초 한 의원과 한국방송 기자를 소환 조사했다.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 작업이 진행중인 셈이다.
“귀대기 취재는 했지만 도청은 없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도청 행위를 한 적은 없다.” 한국방송 쪽의 석연찮은 해명과 진실 규명에 대한 소극적 태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기관의 처신으로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세명대 교수)는 “도청 의혹사건의 진상 규명이 명확하게 밝혀지기 전까지는 공영방송의 신뢰 회복이 어려우며 수신료 인상안 거론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주류 언론 누른 `팟캐스트’
SNS 날개 달고 여론 혁명
4. 나꼼수 ‘팟캐스트’ 열풍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국회의원, 김용민 시사평론가,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 4명이 지난 4월 시작한 이 방송은 회당 600만명이 내려받으며 보수여론에 맞짱 떴다.
정치는 자기 일이 아니라며 외면하던 젊은층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지난 10월 재보선에서도 굵직한 특종을 낚으며 기존 언론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김 총수는 “스마트폰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나쁜 콘텐츠는 저절로 죽고 좋은 콘텐츠는 혼자 성장한다”며 “나꼼수가 던진 의제로 기성 정치권력이 이동하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나꼼수 열풍은 그 플랫폼인 팟캐스트에 대한 주목도도 높였다. 그간 기성매체에서 생산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이 각광 받지 못한 점에 견줘, 나꼼수 열풍은 각별하다. 정준희 한국방송통신대 강사는 “나꼼수 열풍은 신문과 방송 정치 뉴스에 대한 실망감이 큰 상태에서 독립적 팟캐스트가 기성 매체를 압도한 독특한 경우”라며 “기성 매체가 신뢰도와 권위를 당분간 회복하기 어렵다고 본다면, 기술적 발전 가능성이 높은 팟캐스트의 미디어로서 지평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현숙 선임기자, 권귀순 기자 hyunsm@hani.co.kr
여론 균형 깨 민주주의 위태 1. 종편 잇단 특혜와 개국 조·중·동·매경 등 보수 신문사들이 대주주인 종편 4곳은 지난해 말 사업자에 선정된 뒤 올해 의무송신, 광고 직거래, ‘황금채널’ 등 특혜를 업고 12월1일 개국했다. 특히 상업방송인 종편에 주어진 의무송신 혜택은 불합리한 방송법 조항에 따른 것으로 개정 대상이라는 지적이 높다. 전국 권역에서 방송을 의무적으로 내보내야 하는 의무송신은 공영방송에서도 <한국방송>(KBS) 1텔레비전과 <교육방송>(EBS)에만 적용돼 왔다. <제이티비시>, <채널에이>, <티브이 조선>, <엠비엔> 등 종편 4곳은 대부분 ‘0%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급’ 혹은 ‘지상파를 뛰어넘는 창의적 콘텐츠’라며, 지상파에 준하는 광고 단가를 기업들에 요구해왔던 종편 처지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종편의 논조는 우려했던 대로 보수 편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는 새해 선거 국면에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공정경쟁을 통한 방송 콘텐츠의 질적인 제고보다는 조중동 신문의 보수적 정파성이 방송으로 그대로 이어져 총선과 대선국면에 여론을 왜곡할 위험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3년 넘게 미디어렙 법 표류
광고 직거래로 상업화 가속
지난 10월 미디어렙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대표자들.
한국방송, 진실 규명 소극적
지난 9월 한국방송 도청 의혹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언론단체 회원들.
SNS 날개 달고 여론 혁명
지난 10월29일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는 <나는 꼼수다> 출연진(김용민·김어준·정봉주·주진우)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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