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방송>(KBS) 사옥.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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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입법예고 기간에 확인된 반대 여론 등을 무시한 채 정부·여당 쪽 상임위원의 찬성만으로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안을 처리했다. 앞으로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가 남긴 했으나, 방통위 심의·의결이라는 관문을 넘은 이상 수신료 분리 징수안의 이달 내 시행도 가능해졌다. 다만 수신료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한국방송>(KBS)은 물론 지난 30년간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걷어온 한국전력공사도 바뀐 방송법 시행령에 대한 대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상당한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이번에 의결한 개정안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공포한 날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으나 통상 차관회의(목요일)와 국무회의(화요일)가 매주 한번 열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달 중하순이면 대통령 재가를 포함해 개정안 시행을 위한 모든 절차를 끝내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개정안 시행 이후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당장 수신료 분리 고지·징수를 직접 이행해야 하는 한국전력이다. 한전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방통위에 낸 의견서에서 “개정 시행령 이행을 위해서는 업무 준비를 위한 기간이 필요”하다며 “제도 정비, 시스템 구축 등 원활한 분리 징수 이행을 위해 경과조치 등의 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한전은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상당수 아파트 등의 경우 전기사용계약 대상이 관리사무소라는 점을 들어 개별 세대를 대상으로는 분리 징수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런데도 방통위는 이행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한전과 한국방송의 의견에 대해 “이행 시기를 특정하기보다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되 케이비에스(KBS)와 수탁자(한전)가 이행방안을 협의해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신료 징수 현장의 혼란 방지 대책을 먼저 마련한 뒤 시행령을 시행하는 게 아니라, 일단 시행할 테니 그에 따른 대책은 한국방송과 한전이 알아서 정하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김현 위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수신료 분리 고지·징수의) 이해당사자가 불가능하다, 유예 기간을 달라고 하는데 다른 시행령과 달리 이번 건은 유예 기간도 두지 않고 있다”며 “지금처럼 졸속으로, 용산 비서실의 하명을 받아 법적 절차도 어기면서 심의·의결을 하는 곳에 있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퇴장했다.
한국방송도 입장문에서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안을 일반적인 입법예고 기간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한 10일 동안만 입법예고하고 통과시켰다”며 “당사자인 KBS 의견진술 요청이 거부됐고 혼란을 우려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의견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방송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26일 방통위가 통상 40일 이내인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한 것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야당 추천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5일 오전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티브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졸속 처리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