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서 e쇼핑몰 배웠지만
전공과 무관한 외식업체 취직
셰프 꿈꾸다 152일만에 스러져
전공과 무관한 외식업체 취직
셰프 꿈꾸다 152일만에 스러져
지난달 7일 새벽 5시, 경기도 광주의 한적한 시골길에서 김아무개(19)군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주검 곁엔 한 외식업체의 근무복이 차곡차곡 개어져 있었다. 전날 오후 근무 도중 회사를 나갔던 김군은 약 12시간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가족들 곁으로 돌아왔다. 유서는 없었다. 김군이 왜 목숨을 끊었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뛰어내리고 싶다.” 김군이 얼마 전부터 이런 말을 자주 했다는 친구들의 증언만이 남았다. 열아홉의 봄날, 김군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을까.
김군은 특성화고 3학년이던 지난해 12월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외식업체에 조기 취업했다. 김군의 전공 ‘인터넷쇼핑몰’ 쪽과는 다른 분야였다. 전산·회계와 컴퓨터 등의 자격증 5개를 땄어도, 좀처럼 일자리가 나지 않아 선택한 길이었다. 현장실습기간을 포함해 ‘정규직’으로 계약했다. ‘1년만 일하면 4년제 대학 특례입학도 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어쩌면 외식조리 셰프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 무렵 김군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군의 사회생활은 ‘계약’ 단계부터 순탄치 않았다. 김군과 학교, 업체 3자는 함께 쓴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서 ‘현장실습 시간은 하루 8시간으로 한다’고 약속했지만, 김군은 업체와 ‘하루 10시간 근로’ 조건으로 별도의 ‘근로계약서’를 썼다. 외식업체 양식부 막내로 ‘수프 끓이기’ 업무를 담당했던 김군은 출근 첫날부터 숨지기 전날까지 출근한 100일 동안 매일 오전 11시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근무했다. 스케줄대로라면 ‘오전 11시 출근’을 해야 하지만 지각 대체근무 등으로 더 일찍 나와야 하는 날도 있었다. 업체 쪽은 “김군이 지각을 한 시간만큼 아침에 대체근무를 한 것이 4차례이며, 그 외엔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일찍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군의 경기도 군포 집에서 회사까지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30분이 걸린다. 김군 아버지는 “하루에 5시간도 못 잔 날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주방 일은 거칠었다. 김군은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자신이 “양식파트”에서 하는 일이 “욕먹기”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다. 원래도 좀 마른 편이었던 김군은 몸무게가 10㎏ 정도나 빠져 출근 4개월 무렵엔 48㎏밖에 나가지 않게 됐다. 상사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한 그날, 김군은 세상을 스스로 등졌다. “부상이나 멀리 이사를 가는 게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김군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에 대해 업체 쪽은 “숨진 당일 김군이 주방장이나 인사직원 등에게 퇴사를 면담한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현장실습 기간 두 달 동안 학교와 교육청은 김군의 노동 환경에 대해 형식적인 점검만 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의 표준협약서에 따라 협약 체결을 해야 하는데 이와 다르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지만, 학교 쪽에선 이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김군의 담임교사는 “담당자가 현장 실사를 나갔지만 이상한 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만 말했다. 김군이 다녔던 학교의 취업담당 교사는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실습 기간 동안 실제 급여나 근로시간이 협약서와 달랐다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김군이 숨지고 난 뒤에야 아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게 됐다. 친구와 카카오톡 대화에선 “뛰어내리려고 하는데 보러 올래” 하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김군은 160여만원의 월급 가운데 100만원 가까이 저축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김군과 같은 나이였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노동자’ 소식을 접한 뒤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일한 지 일주일 만에 그만두고 싶다고 했는데, 사회생활 원래 힘들고 욕도 먹는다고 조금만 참고 일해보라고 했던 게 너무 후회가 됩니다.”
박수지 방준호 기자 suji@hani.co.kr
[반론 보도문]
한겨레신문 2016년 6월 16일자 ‘하루 11시간 이상 ‘실습’… 또 다른 19살 김군의 비극’이란 제목의 기사와 관련해 알려드립니다. 숨진 김군이 일한 해당 외식업체는 독자들에게 본 기사와 관련된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알려드림과 동시에, 해당 업체의 명예와 직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본 반론 보도문을 작성합니다. 이 반론 보도문은 경기도 광주경찰서 담당형사의 정확한 수사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매장 특별점검 결과에 근거하여 사실관계를 확인시켜 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해당 업체에서 일한 김군은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입사하였습니다.
김군의 경우, 전공과 관련된 기업에 취업을 하려고 했으나 여러 차례 지원을 했음에도 취업이 잘 되지 않았고, 해당 외식업체에 요리사 채용이 있다는 사실을 선생님으로부터 듣게 되었고, 본인이 해당 외식업체에 요리사로 취업을 희망하여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현장실습을 하는 내용으로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를 작성한 후 김군을 해당 외식업체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김군과 같은 학교에서 학생 2명이 먼저 해당 외식업체에 입사하여 정규직 근로자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본인도 정규직 근로자로 근무하기를 희망하여 첫 출근일 당일에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정규직 근로자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김군과 같은 학교 출신으로 해당 외식업체에 입사한 두 명은 현재까지도 정규직 근로자로써 열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군의 입사일은 2015년 12월 7일입니다. 그리고 김군이 근무 중 아무런 통보나 보고 없이 근무지를 이탈한 날은 2016년 5월 6일입니다. 2015년 12월 7일부터 2016년 5월 6일까지 총 급여산정 근로일수는 152일입니다. 그리고 김군이 출근을 하여 근무를 한 총 일수는 100일입니다. 131일을 일했다는 기사 내용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 부분은 경찰서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제출한 출퇴근기록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근로계약서상 해당 외식업체에는 주5일 근무를 하고 있으며, 1일 근로시간은 10시간입니다. 8시간의 기본근로시간에 2시간의 추가근로를 하게 되어 있으며, 2시간의 추가근로는 추가근로수당을 법정기준에 맞추어 추가근로시간의 1.5배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11시간 근로라는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김군의 출퇴근기록표에 의하면, 지각을 한 시간만큼 아침에 대체근무를 한 기록이 4회 있었습니다.
해당 외식업체 직원에 따르면, 김군은 상사나 매장 인사직원에게 한 번도 퇴사의사를 밝힌 적이 없었고, 퇴사의사를 밝히게 되면, 상사의 면담기록부와 매장에서 근무하는 인사담당직원의 면담기록부에 남아있게 됩니다. 해당 외식업체에서는 매장에서 직접 인사담당직원을 채용하여 매장에서 근무하면서 인적자원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기사를 보면, 독자들이 해당 외식업체가 열악한 근무조건을 제공하고 노동력을 착취하고 직원들을 괴롭히는 등 악덕 기업처럼 인식되게 되어있습니다. 또한, 각각 90여개에 달하는 댓글에서는 해당 외식업체의 브랜드가 완전히 노출되어, 이로 인해 해당 외식업체에는 매출감소, 기업 이미지 손상, 해당 매장의 직원들의 명예 실추, 근무의욕 상실 등 극심한 심리적 장애 및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이에 본 반론 보도문을 작성하게 되었으며, 해당 외식업체에서는 김군 사망 이후 담당 형사에게 ‘꼭 김군의 안타까운 선택의 원인이 밝혀졌으면 한다’고 적극 요청했습니다.
2016년 8월18일. 해당 외식업체 영업기획지원팀
이슈구의역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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