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일하는 대형마트에서 할인해 파는 물건을 샀다는 이유로 해고된 이혜경 민주롯데마트 노동조합 울산진장점 지부장이 19일 오전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연 ‘부당해고 철회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심경을 밝히다가 흘린 눈물을 닦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여소야대, 민생의 재구성
② 최저임금
야권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공약
여당은 세제 통한 간접 인상
마트 노동자 생존권 응답을
② 최저임금
야권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공약
여당은 세제 통한 간접 인상
마트 노동자 생존권 응답을
“최소한 한달 월급이 180만원은 돼야 살 것 같아요.”
대형마트에서 8년째 일하는 전미화(55)씨의 시급은 6130원이다. 수산물 다루는 일을 하는데, 힘든 일에 속해 회사 쪽이 올해 최저임금(6030원)에 100원을 더 얹어줬다. 월급으로는 120만원 정도 된다. 남편은 공사현장에서 일하는데 요즘 일감이 없어 수입이 거의 없다. 마트가 쉬는 날, 전씨는 가사도우미로 일한다. 그래도 임대아파트 월세와 보증금 대출이자를 내고 중학교 2학년 아들 뒷바라지를 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전씨는 이번 총선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야당에 표를 던졌다. 전씨는 “정치권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자 사는 데 관심이 있을지, 이제 3당 체제가 됐으니 더 싸우기만 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4·13 총선에서 야당들은 ‘최저임금 1만원’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의당은 노동계가 요구해온 최저임금 1만원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2019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의당보다 한 해 늦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최소 50%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을 장기 목표로 삼았다. 2013년 현재 한국 노동자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35%, 중위임금 대비는 43%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각각 20위, 21위다.
국민의당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19일 “20대 국회에서 공론화를 통해 논의한 뒤 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총선 과정에 장병완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2020년까지 1만원에 도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은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근로장려세제 확대를 통해 저소득층 노동자 가구의 임금을 보완해주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근로장려세제는 저소득 노동자에 대해 소득수준에 따라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저소득 노동자 가구 소득을 하위 25%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최저임금이 9000원까지 올라가는 ‘효과’가 난다는 게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최저임금은 매해 노동계, 경영계, 정부가 추천한 대표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에게 기본적인 생계비를 보장해준다는 의미와 함께, 노동자 임금의 ‘바닥’ 수준을 높임으로써 임금격차를 축소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우리나라는 기업별로 임금 교섭을 진행해, 전국적으로 임금을 올릴 방법이 최저임금 인상밖에 없다”며 “소득불평등 완화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시급 인상 땐 카드수수료 면제 등 영세업자 지원책 필요”
총선서 여소야대 결과 나오며
노동계 최저임금 협상 적극적
재계 “국회가 나서는건 외압”
고용위축 등 줄일 대책 있어야
역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5년 평균)을 보면, 노태우 정부가 13.8%로 가장 높았고 노무현 정부(10.6%), 김대중 정부(9.0%), 김영삼 정부(8.1%), 이명박 정부(5.2%) 순이었다. 박근혜 정부 3년(2014~2016년) 평균은 7.4%다.
최근에는 선진국 등 외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각각 연방 최저임금을 12달러(1만3600원)와 15달러(1만7000원)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영국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9파운드(약 1만5000원)로 높여갈 계획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협상을 지난 7일 시작했다. 정치권이 총선 공약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약속한데다 총선 결과가 여소야대로 나오면서 노동계는 최저임금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대표인 김민수 청년유니온 대표는 “총선 공약을 어떻게 협상에 반영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국민적 열기에 걸맞게 떳떳하고 민주적인 협상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승철 사무부총장은 “총선 결과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사용자 위주 또는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에 대한 제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반영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정치권에서 활발해 노동계의 기대심리가 높아진 것 같다”며 “하지만 임금은 기업과 노동자가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인데 국회가 나서는 것은 외압이라고 봐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현재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을, 경영계는 ‘최대한 낮은 인상폭’을 주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는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난 18일 대전 충남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고용부의 ‘직접 찾아가는 정책설명회 및 토크콘서트’에서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아르바이트가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최저임금을 올리겠다. 최근 3년간 7~8% 인상했다”고 말해 다소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저임금 적극 인상의 큰 어려움은 중소영세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다. 경남 진해에서 식자재 가맹점을 하는 박아무개(43)씨는 이번 총선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내세우지 않은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박씨는 “마진율이 20%인데 그중 7~8%가 인건비다. 그 비용이 10%로 커지면 먹고살 수가 없다. 대기업이 식자재 단가를 낮춰주지도 않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실제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김아무개씨는 “밤에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데,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야간에 문을 닫고 아르바이트생을 잘라야 한다. 1만원 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대형 유통재벌들을 먼저 개혁하고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최저임금을 단기간에 20~30% 올릴 수 없다면 몇 년 안에 얼마를 올리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카드수수료 면제나 세금 감면 등 현실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도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구호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최저임금 인상 로드맵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주 박태우 송경화 기자 ejung@hani.co.kr
노동계 최저임금 협상 적극적
재계 “국회가 나서는건 외압”
고용위축 등 줄일 대책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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