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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중앙대 ‘대자보 백일장’ 장원은? “맹자 가로되…”

등록 2014-01-11 17:54수정 2014-01-13 15:42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이 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의혈, 안녕들하십니까’와 페이스북 모임 ‘데모당’이 주최한 ‘대자보 백일장’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서영지 기자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이 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의혈, 안녕들하십니까’와 페이스북 모임 ‘데모당’이 주최한 ‘대자보 백일장’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서영지 기자
중앙대서 청소노동자 지지 ‘대자보 백일장’ 열려
학생·주민 등 ‘불통’ 중앙대재단 비판·풍자 만발
“장미로 예쁘게 꾸몄으니 대자보 떼지 마세요”
중앙대 학생들로 이뤄진 ‘의혈, 안녕들하십니까’와 페이스북 모임인 ‘데모당’은 11일 오후 1시 중앙대 서울캠퍼스 정문에서, 파업을 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대자보 백일장’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학생과 데모당원, 주민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최저기온이 5도까지 뚝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행사 열기는 뜨거웠다. 참가자들은 콘크리트 바닥에 은색 돗자리를 깔고, 각자 준비해온 종이와 펜을 꺼냈다. 1시20분께 시제가 발표됐다. ‘중앙대 청소노동자 투쟁지지’와 ‘불통 중앙대재단 규탄’을 주제로 자유롭게 글을 쓰도록 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대자보에 한 글자씩 써내려갔다. 서울대 언어학과 김현우(20)씨는 “모두 월세를 내지 못하고, 학비를 걱정하는 등 개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것은 더 이상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맹자의 말을 빌려 “맹자가 가로되, 직접고용 않는 일을 후려치기라 하고, 노동자의 파업과 발언을 방해하는 일을 노조깨기라 한다. 후려치고 노조 깨는 이를 장사치로 부르니, 학생이 장사치를 비판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스승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학교의 행태를 풍자했다.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이 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의혈, 안녕들하십니까’와 페이스북 모임 ‘데모당’이 주최한 ‘대자보 백일장’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서영지 기자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이 학교 학생들로 이뤄진 ‘의혈, 안녕들하십니까’와 페이스북 모임 ‘데모당’이 주최한 ‘대자보 백일장’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서영지 기자
기발한 아이디어도 눈에 띄었다. 1만원 모형 지폐로 장미를 접어 대자보에 붙이던 중앙대 사회학과 박혜민(21)씨는 “장미가 노동자의 권리를 상징한다. 100만원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막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학교는 대자보가 미관상 예쁘지 않다고 철거하는데, 꽃을 붙인 대자보까지 철거한다면 우리 목소리가 문제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학교인데, 학교부터 인간다운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싶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도 대자보 백일장에 참석해 목소리를 보탰다. 흑석동에 살고 있는 맹명숙(44)씨는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중앙대 교훈이 땅에 떨어진 것 같아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나 이 자리에 왔다. 동네 주민으로 얼굴을 다닐 수도 없다. 학과 구조조정, 학생 퇴학, 교수 퇴출도 충분하니 이제 의혈의 본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대자보에 썼다.

바람에 날아갈까 대자보를 꼭 붙잡고 쓰는 이들을 한쪽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파업 당사자들인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이었다. 윤화자(57) 중앙대분회장은 “추운데 대자보를 쓰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학교에서 답변도 없고, 학생들까지 위협하고. 오죽하면 이렇게 하겠나. 6일만 있으면 한 달째인데 학교랑 회사는 책임을 떠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백일장의 ‘장원’은 맹자와 중앙대 홍보실장의 가상대화를 쓴 김현우씨에게 돌아갔다. 주최 쪽은 대자보를 여러 장 쓰라는 뜻에서 대자보용 종이를 선물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작성한 30여장의 대자보를 주최 쪽이 미리 천막 옆에 준비한 게시판에 붙였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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