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불안’을 벗자
고용·공익성 양날개 모두 100만개 목표
보건·교육 등 분야 급여조건 개선도 과제 지난 5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중구 신당동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1호점. 이곳 직원인 대주영(37)씨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오후 5시께까지 75개의 도시락을 중구 일대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갖다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씨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나비훨훨 지역아동센터’였다. 방문을 열자 아이들이 몰려나와 12개의 도시락 가방을 서로 가져가겠다고 난리다. 이렇게 시작된 이날 배송은 근처 공공임대 아파트 8개동을 다 돌고 난 뒤인 오후 5시30분께 모두 끝났다. 오전 9시께 출근한 대씨는 이날 연말 결산 탓에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대씨의 직장은 이른바 ‘사회서비스 일자리’다. 서울 중구청과 노동부, 에스케이텔레콤이 함께 투자해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을 만들었고, 기초수급 대상 아이들에게 무료로 도시락을 공급하고 있다. 센터장을 포함해 모두 9명이 일하는 이곳에서 대씨는 지난 7월부터 사무행정 지원과 배송, 차량 운전 일을 하고 있다. 임금은 한 달에 노동부에서 70만원, 에스케이텔레콤에서 50만원 등 120만원을 받는다. 대씨는 “일과 사회봉사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전 직장보다 임금은 적지만, 4대 사회보험도 적용되고, 원하면 계속 일할 수도 있다. 2006년 중앙·지방 정부가 공급한 이런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11만1천개였다. 정부는 올해엔 20만개 가량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가 공급한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2003년 2천개로 시작해 2004년 2만8천여개, 2005년 6만9천여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4년 사이 100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예산도 2003년 73억원, 2004년 840억원, 2005년 1691억원, 2006년 6782억원, 2007년 1조2945억원으로 역시 4년 만에 177배로 늘었다. 이는 공공행정, 교육, 보건복지 등 사회서비스 부문의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 2001~2005년 순증가한 취업자 129만여명 가운데 사회서비스 분야 취업자는 59만여명으로 45.5%를 차지해 고용 전체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런 성장에도, 아직 전체 사회서비스 분야 취업자 비중은 2005년 301만명(13.1%)으로 음식·숙박·도소매업의 581만명(25.4%), 운수·통신 등 522만명(22.8%), 제조업 423만명(18.5%)보다 적다. 선진국의 경우 사회서비스 분야 비중이 20%를 넘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2003년 기준으로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서비스 고용 비중이 30%를 넘고, 미국·독일·캐나다·뉴질랜드도 20%가 넘는다. 정부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 지난해 발표한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을 통해 2010년까지 사회서비스 일자리 80만개를 더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규 일자리 80만개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실업자 76만8천명을 기준으로 하면 실업자를 모두 없앨 수도 있는 규모다. 서덕모 기획예산처 사회서비스향상기획단장은 “40만개는 정부 예산 투입과 법·제도 개선으로 공급하고, 40만개는 민간 부문에서 공급하도록 하겠다”며 “사회서비스 고용 비중을 2010년 16.7%, 2020년 21%, 2030년 25%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획기적인 고용 공급이 이뤄지더라도,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노동조건이나 안정성, 서비스 품질은 보장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평균 임금은 연간 644만원 정도다. 지방정부나 기업의 추가 보조를 계산에 넣어도 평균 임금은 최저임금을 약간 넘는 월 77만원 수준이다. 연봉 1천만원 이하의 일자리는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고용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김혜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지난해 11만명에서 올해 20만명으로 늘린 것이나 2010년까지 80만개를 공급하기로 한 것은 높은 수요에 대응한 것”이라면서도 “낮은 임금 수준이나 급증한 일자리 관리는 여전히 문제”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질 높은 인력·서비스 공급을 위해 숙련도가 높은 일자리엔 높은 임금을 주거나, 상황에 따라 일자리 수를 줄여 임금을 높이는 등 예산집행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 3일 기업 형태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의 육성법도 공포했고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박성희 노동부 사회서비스일자리정책팀장은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수준을 높이려면 정부·기업·시민들이 함께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일정한 자립성과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법을 발의한 우원식 국회의원의 김형민 보좌관도 “그동안 정부가 해마다 일회성 예산을 편성해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공급했는데, 앞으로는 정규 예산에 포함할 일자리와 사회적 기업으로 자립시킬 일자리, 공공근로를 구분해 추진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회적 기업’에 성패 달렸다
유럽선 ‘복지 빈틈’ 메워…도입초기 한국은 ‘자리매김’ 미흡 ‘사회적 기업’은 빈곤층에게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정부나 기업, 시민이 일정 예산을 지원해 운영하는 기업이다. 일반 복지정책과 달리 자립적인 서비스 생산·판매 활동이 이뤄져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사회적 기업’이 가장 먼저 등장한 곳은 1970년대 이후 사회복지 제도의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한 유럽이다. 복지제도를 개혁하거나 일부를 민간에 넘겨 정부 부담을 줄이고, 중앙·지방 정부,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사각지대 서비스·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이것은 정부 공급 위주의 전통적 복지국가 모델에서 벗어나 취약계층에게 스스로 일해서 얻는 복지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2006년 8월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가 내놓은 ‘오이시디 국가의 사회적 기업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는 “‘사회적 기업’은 시장 실패나 복지국가의 한계가 나타나는 접점에 위치해 있어 ‘제3섹터’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은 1991년 설립돼 현재까지 5300여명의 노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빅 이슈’ 사업이다. <빅 이슈>라는 잡지를 발행하면서 노숙자들에게 판매 일자리와 자신감, 취업교육, 재취업 지원, 숙소까지 제공했다. 이 사업의 재원은 정부가 38%, 기업이 21%를 제공했고, 나머지는 판매·광고 수익으로 충당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혜원 박사는 한국과 유럽에서 사회적 기업의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프랑스·영국 등 유럽 나라들은 사회복지 정책이 기본으로 갖춰진 상태에서 미비한 부분들을 사회적 기업이 메워왔다”며 “한국에선 복지정책이 자리잡지 못한 상태에서 복지사업과 사회적 기업의 노릇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한국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는 보건·의료·복지 부문에서 나타난다. 2003년 기준으로 한국은 이 분야의 고용 비중이 2.4%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유럽의 스웨덴은 18.7%, 덴마크 17.7%, 노르웨이 19.4%, 네덜란드 14.7%(2002년)에 달한다. 이밖에 영국 11.5%(2002년), 독일 11.1%, 캐나다 10.4%, 미국 10.1%에 이를 정도로 한국과 차이가 크다.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 가운데서도 공공행정 고용은 한국 3.4%, 이 나라들은 5~8.2%로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다. 교육 고용도 한국이 6.7%로, 이들 나라의 5.6~8.2%와 차이가 없다. 김규원 기자
보건·교육 등 분야 급여조건 개선도 과제 지난 5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중구 신당동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1호점. 이곳 직원인 대주영(37)씨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오후 5시께까지 75개의 도시락을 중구 일대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갖다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씨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나비훨훨 지역아동센터’였다. 방문을 열자 아이들이 몰려나와 12개의 도시락 가방을 서로 가져가겠다고 난리다. 이렇게 시작된 이날 배송은 근처 공공임대 아파트 8개동을 다 돌고 난 뒤인 오후 5시30분께 모두 끝났다. 오전 9시께 출근한 대씨는 이날 연말 결산 탓에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대씨의 직장은 이른바 ‘사회서비스 일자리’다. 서울 중구청과 노동부, 에스케이텔레콤이 함께 투자해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을 만들었고, 기초수급 대상 아이들에게 무료로 도시락을 공급하고 있다. 센터장을 포함해 모두 9명이 일하는 이곳에서 대씨는 지난 7월부터 사무행정 지원과 배송, 차량 운전 일을 하고 있다. 임금은 한 달에 노동부에서 70만원, 에스케이텔레콤에서 50만원 등 120만원을 받는다. 대씨는 “일과 사회봉사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전 직장보다 임금은 적지만, 4대 사회보험도 적용되고, 원하면 계속 일할 수도 있다. 2006년 중앙·지방 정부가 공급한 이런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11만1천개였다. 정부는 올해엔 20만개 가량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가 공급한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2003년 2천개로 시작해 2004년 2만8천여개, 2005년 6만9천여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4년 사이 100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예산도 2003년 73억원, 2004년 840억원, 2005년 1691억원, 2006년 6782억원, 2007년 1조2945억원으로 역시 4년 만에 177배로 늘었다. 이는 공공행정, 교육, 보건복지 등 사회서비스 부문의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 2001~2005년 순증가한 취업자 129만여명 가운데 사회서비스 분야 취업자는 59만여명으로 45.5%를 차지해 고용 전체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런 성장에도, 아직 전체 사회서비스 분야 취업자 비중은 2005년 301만명(13.1%)으로 음식·숙박·도소매업의 581만명(25.4%), 운수·통신 등 522만명(22.8%), 제조업 423만명(18.5%)보다 적다. 선진국의 경우 사회서비스 분야 비중이 20%를 넘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2003년 기준으로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서비스 고용 비중이 30%를 넘고, 미국·독일·캐나다·뉴질랜드도 20%가 넘는다. 정부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 지난해 발표한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을 통해 2010년까지 사회서비스 일자리 80만개를 더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규 일자리 80만개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실업자 76만8천명을 기준으로 하면 실업자를 모두 없앨 수도 있는 규모다. 서덕모 기획예산처 사회서비스향상기획단장은 “40만개는 정부 예산 투입과 법·제도 개선으로 공급하고, 40만개는 민간 부문에서 공급하도록 하겠다”며 “사회서비스 고용 비중을 2010년 16.7%, 2020년 21%, 2030년 25%로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노동부, 에스케이텔레콤, 행복나눔재단이 함께 꾸리고 있는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사업에 일자리를 얻은 대주영(오른쪽)씨가 5일 오후 서울 신당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도시락 배달 자원봉사를 나온 에스케이텔레콤 직원에게 배달할 곳을 설명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그러나 획기적인 고용 공급이 이뤄지더라도,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노동조건이나 안정성, 서비스 품질은 보장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평균 임금은 연간 644만원 정도다. 지방정부나 기업의 추가 보조를 계산에 넣어도 평균 임금은 최저임금을 약간 넘는 월 77만원 수준이다. 연봉 1천만원 이하의 일자리는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고용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김혜원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지난해 11만명에서 올해 20만명으로 늘린 것이나 2010년까지 80만개를 공급하기로 한 것은 높은 수요에 대응한 것”이라면서도 “낮은 임금 수준이나 급증한 일자리 관리는 여전히 문제”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질 높은 인력·서비스 공급을 위해 숙련도가 높은 일자리엔 높은 임금을 주거나, 상황에 따라 일자리 수를 줄여 임금을 높이는 등 예산집행에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지난 3일 기업 형태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의 육성법도 공포했고 오는 7월부터 시행한다. 박성희 노동부 사회서비스일자리정책팀장은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수준을 높이려면 정부·기업·시민들이 함께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일정한 자립성과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법을 발의한 우원식 국회의원의 김형민 보좌관도 “그동안 정부가 해마다 일회성 예산을 편성해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공급했는데, 앞으로는 정규 예산에 포함할 일자리와 사회적 기업으로 자립시킬 일자리, 공공근로를 구분해 추진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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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의 활동
‘사회적 기업’에 성패 달렸다
유럽선 ‘복지 빈틈’ 메워…도입초기 한국은 ‘자리매김’ 미흡 ‘사회적 기업’은 빈곤층에게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정부나 기업, 시민이 일정 예산을 지원해 운영하는 기업이다. 일반 복지정책과 달리 자립적인 서비스 생산·판매 활동이 이뤄져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사회적 기업’이 가장 먼저 등장한 곳은 1970년대 이후 사회복지 제도의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한 유럽이다. 복지제도를 개혁하거나 일부를 민간에 넘겨 정부 부담을 줄이고, 중앙·지방 정부,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사각지대 서비스·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이것은 정부 공급 위주의 전통적 복지국가 모델에서 벗어나 취약계층에게 스스로 일해서 얻는 복지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2006년 8월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가 내놓은 ‘오이시디 국가의 사회적 기업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는 “‘사회적 기업’은 시장 실패나 복지국가의 한계가 나타나는 접점에 위치해 있어 ‘제3섹터’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은 1991년 설립돼 현재까지 5300여명의 노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빅 이슈’ 사업이다. <빅 이슈>라는 잡지를 발행하면서 노숙자들에게 판매 일자리와 자신감, 취업교육, 재취업 지원, 숙소까지 제공했다. 이 사업의 재원은 정부가 38%, 기업이 21%를 제공했고, 나머지는 판매·광고 수익으로 충당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혜원 박사는 한국과 유럽에서 사회적 기업의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프랑스·영국 등 유럽 나라들은 사회복지 정책이 기본으로 갖춰진 상태에서 미비한 부분들을 사회적 기업이 메워왔다”며 “한국에선 복지정책이 자리잡지 못한 상태에서 복지사업과 사회적 기업의 노릇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주요 선진국 사회서비스 고용 비중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한국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는 보건·의료·복지 부문에서 나타난다. 2003년 기준으로 한국은 이 분야의 고용 비중이 2.4%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유럽의 스웨덴은 18.7%, 덴마크 17.7%, 노르웨이 19.4%, 네덜란드 14.7%(2002년)에 달한다. 이밖에 영국 11.5%(2002년), 독일 11.1%, 캐나다 10.4%, 미국 10.1%에 이를 정도로 한국과 차이가 크다.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 가운데서도 공공행정 고용은 한국 3.4%, 이 나라들은 5~8.2%로 격차가 상대적으로 작다. 교육 고용도 한국이 6.7%로, 이들 나라의 5.6~8.2%와 차이가 없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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