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노동개혁 정책으로 추진하는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 제조업과 건설업 등 업종과 생산직, 보건의료직 등 직종에선 연장근로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놨다. 전체 업종 대상으로 주 최대 52시간제 틀을 넘어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바꿀 수 있도록 하려던 지난 3월 대책에선 한발 물러선 모양새이나, 대상 업종과 직종 선정을 두고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통한 근로시간 개편 논의 방침을 발표한 직후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화 복귀를 선언했다.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시간 개편 관련 노동자 3839명, 사업주 976명, 일반 국민 1215명 등 603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26일~8월31일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현재 근로시간제도(주 최대 52시간)로 장시간 근로가 감소했다는 의견에 노동자 48.5%가 동의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16.1%)의 세배에 가까웠다. 사업주 85.5%는 ‘최근 6개월간 현행 근로시간 규정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사업주의 56.4%, 노동자의 55.3%가 제조업의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건설업의 경우(사업주 25.7%, 노동자 28.7%)도 비중이 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종에 대해서도 사업주의 31.2%(노동자 32%)가 설치·정비·생산직을, 사업주의 26.4%(노동자 22.2%)가 연구·공학기술직을 꼽았다고 한다. 이 차관은 “특정 업종·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변경 대상이 될 업종과 직종을 두고선 근로 형태에 대한 객관적인 실증 데이터를 찾기 위한 추가 실태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추진 방식과 관련해 이 차관은 “노사정 간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 1주 최대 근로시간 상한을 설정하고 11시간 연속휴식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한국노총은 이날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사회적 대화 복귀에 대한 대통령실의 요청에 대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했다”며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여 경제 위기 등에 따른 피해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향과 관련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노동 현장 실태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서 노사 양측과 충분한 대화를 거쳐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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