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6월2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심판! 최저임금 인상! 한국노총 노조간부 결의대회’에서 이정식 노동부 장관 이름이 적힌 조형물을 부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13일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복귀한다고 밝힘에 따라 근로시간 개편을 포함해 윤석열 정부의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동 개편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겉으론 한국노총의 이날 복귀 선언은 바로 직전에 대통령실이 향후 구체적인 근로시간 개편안 마련을 두고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며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를 기대한다”고 직접 나서 요청하자 이에 호응한 모양새다. 한국노총은 대통령실 입장이 나온 지 2시간 만에 “사회적 대화 복귀에 대한 대통령실의 요청에 대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지난 11일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김동명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지난 30년간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온 한국노총의 노동자 대표성을 인정하고, 노동정책의 주체로서 한국노총의 존재를 인정하라. 이것 말고는 아무런 전제 조건도 없다. 이제 선택은 정부의 몫”이라고 말한 대목을 들어 이런 요구가 대통령실 발언으로 충족됐음을 알렸다. 이날 낮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 관련 언론사 부장들을 대상으로 연 간담회에서도 이 장관은 “사회적 대화는 역동적인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발언을 상기시켰다. 이미 이전부터 정부와 한국노총 사이에 물밑 대화가 오갔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대화 복귀는 지난 6월7일 대화 전면 불참을 선언한 지 5개월여 만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5월31일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을 경찰이 유혈 진압하고 구속한 데 대해 항의하며 경사노위 대화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한국노총 복귀에 따라 업종별·직종별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변경 등 개편 방안을 두고 경사노위의 노사정 대화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논의는 순탄하게 굴러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노총은 이날 복귀 선언 5시간 전 낸 입장문에서 정부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원하는 답을 받으려는 의도된 질문의 나열과 뻔한 결과였다.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가 집중적인 장시간 노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국민을 우롱하는 식의 설문조사였다”며 “‘답을 정해놓고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는데 (노사정 대화에) 참여할 노동계가 어디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 쪽은 한국노총의 복귀에 비판적 태도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복귀 명분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 20여년째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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