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낮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노사정 대표자들. 왼쪽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손경식 경총 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공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노사정 대표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노총이 지난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복귀한 데 따라 마련된 자리로, 그간 노사정 대화 공백이 길었던 데다 이 기간 일방적으로 노동 정책이 추진된 탓에 의제 설정부터 어려움을 겪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14일 낮 광화문 근처 식당에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오찬 회동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노사정 부대표자 간담회가 열렸지만 노사정 대표자가 한자리에 모인 건 윤석열 정부 1년8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사노위는 이날 낸 자료에서 “오늘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현재 우리 노동시장이 직면한 문제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산업전환, 계속 고용, 근로시간 등 산적한 노동 현안에 대한 조속한 사회적 대화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경사노위 본회의를 개최하고 노동 현안에 대한 회의체(의제별 위원회 등)를 밀도 있게 운영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노사정이 논의 필요성에 공감한 의제별로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고 이를 본위원회에서 의결하는 구조다.
이날 경사노위가 밝힌 논의 주제 가운데 산업전환 대응이나 정년 이후 계속 고용 등 구조적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올라야 한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거로 보인다. 전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만나 “산업 전환이라든가 탄소 중립 등으로 인해 현장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불안감이 큰데,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인구 구조 변화와 지역 소멸 위기 등도 논의가 필요한 주제로 꼽은 바 있다.
문제는 ‘근로시간 개편’ 등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상당 부분 추진한 뒤 노사정 대화로 결정을 미뤄 둔 현안 과제다. 노동부는 근로시간 개편 관련 지난 3월 근로기준법 개편안까지 마련했으나 ‘주69시간(주 6일 근무 기준)’ 논란이 일자 한발 물러서, 구체적인 개편은 노사정 대화로 추진키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노총 내부에서조차 ‘정부가 짜놓은 판에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한국노총은 이날 경사노위가 보도자료에서 의제 가운데 근로시간을 언급한 데 대해 “근로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나눈 바 없으며, 사회적 대화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각자 관련된 이야기를 한 것일 뿐 이것이 향후 대화 의제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하는 대변인 메시지를 냈다.
노사정 대화를 제대로 복원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사회학)는 “정부가 태도를 바꿔 진정한 대화를 하며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총선을 앞두고 연출하는 협력적 관계 구축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정작 대화 자리를 만들어놓고 그동안 노동계가 수용하기 힘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나온다면 사회적 대화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