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2일 오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코스트코코리아 본사 앞에서 연 ‘혹서기 코스트코 카트노동자 사망 49재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건물 입구에 둔 쇼핑수레에 고인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사고가 난 다음에는 이동형 에어컨도 설치했지만, 그전엔 주차장 가면 체감상 기온이 40도 넘는 것 같았어요. 원래도 카트를 끄는 일이 어깨가 파열될 정도로 고된 일인데…”
2일 오전 11시께 코스트코코리아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광명시 코스트코 광명점 앞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만난 ㄱ(48)씨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ㄱ씨는 낮 최고기온 35도를 기록했던 지난 6월19일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중 숨진 고 김동호(30)씨와 지난 2019년 코스트코 하남점이 개점할 때부터 함께 일했다고 했다.
이날 모인 70여명의 마트노동자들은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노동환경 개선하라”, “지병이 아니라 산재다”라고 외쳤다.
■ 물 있는 5층 휴게실 5층까지 오가는 데 10분
이들은 “(사망 사건 발생 후) 코스트코는 일시적 휴게시간 확대, 아이스박스 냉수지급 등의 임시방편을 진행하고 있지만,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유가족에 대한 사과나 보상, 인력충원, 제도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는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이날 추모집회는 김씨의 49재를 나흘 앞두고 열렸다.
2일 오후 1시께 한겨레가 낮 최고기온 35도를 기록했던 지난 6월19일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중 숨진 고 김동호(30)씨가 일했던 코스트코 하남점 앞에서 실외 온도를 측정해보니 기온은 34.3도였다. 이날 낮 최고기온도 35도를 기록했다. 고병찬 기자
2일 오후 1시께 한겨레가 낮 최고기온 35도를 기록했던 지난 6월19일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중 숨진 고 김동호(30)씨가 당시 쓰러졌던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 1층에서 실외 온도를 측정해보니 기온은 33.8도였다. 이날 낮 최고기온도 35도를 기록했다. 고병찬 기자
2일 오후 1시께 한겨레가 낮 최고기온 35도를 기록했던 지난 6월19일 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중 숨진 고 김동호(30)씨가 일했던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 2층에서 실외 온도를 측정해보니 기온은 33.9도였다. 이날 낮 최고기온도 35도를 기록했다. 고병찬 기자
이날 한겨레가 오후 1시께 김씨가 일하던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 직접 온도계를 들고 가보니, 여전히 노동자들은 최고 33.9도(매장 밖 최고 34.3도)에 달하는 고온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주차장 한편에 이동형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층마다 1대 정도였고 잠시 땀을 식히는 정도였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땀이 흐르고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고 김동호씨의 형 김동준(31)씨는 “콘크리트로 된 주차장은 태양열과 주차된 차량의 엔진열을 그대로 흡수한다. 산업용 에어컨이나 공기순환 장치가 수시로 가동돼야 하는데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절전을 위해 상시 가동되지 않는다고 한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저녁부터 30일 새벽까지 쿠팡 동탄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실내작업장 온도를 기록한 ‘온도기록장’.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제공
기업들은 적절한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달 29일 쿠팡 동탄센터의 경우 저녁 6시30분 기준 3층 작업장 기온이 34.3도, 습도 53%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일일 기준 유급 휴게시간은 10~15분에 불과했다고 한다.
박건희 마트산업노조 코스트코 지회장은 “김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코스트코는 4시간에 15분 정도만 휴게시간을 부여했지만, 그나마도 물과 에어컨이 구비된 휴게실이 위치한 5층까지 오가는 데 10분이 걸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온·습도·복사열을 고려한 온열지수를 기준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제 대상이 되는 ‘고열작업’ 대상을 규정하고, 이를 통해 휴게시간·장소 보장 및 작업중지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혜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현재 물류센터 등이 고열작업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노동자들이 고온에 노출돼 일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규제 안에 들어올 수 있게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 2일 오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코스트코코리아 본사 앞에서 연 ‘혹서기 코스트코 카트노동자 사망 49재 추모집회’ 참가자들이 회사쪽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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