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구직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대신 구직자의 취업을 촉진하고 근로 의욕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자리 정책을 전환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 1월3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현재 최저임금의 80% 수준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더 낮추는 것을 넘어 ‘하한액 폐지’까지 언급하는 등 대대적인 고용보험 개편을 시사했다. 일부 부작용과 불확실한 근거로 저임금 노동자와 노동시장 전반에 끼칠 파급 효과가 큰 고용보험 개편에 섣부르게 칼을 대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업급여는 대표적인 사회 안전망으로 실직 노동자의 생계뿐만 아니라, 일자리 질 유지, 노동 시장 불안정성 완화, 이를 통한 유연안정성 제고 등 노동 시장에서 하는 일이 많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12일 연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가 끝난 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실업급여 하한액을 줄이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포함해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그 근거로 “실업급여가 일하고 받는 세후 월급보다 많은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며 “지난해 28%에 이르는 45만3천명이 이런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구직활동 기간 생계를 보장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도록 하는 실업급여의 취지에 비춰볼 때, ‘서둘러 실업급여 수급에서 벗어나 시장에서 일자리를 찾으라’는 정책 방향을 한층 강하게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박 의장이 핵심 근거로 짚은 광범위한 역전 현상이 실재하는지는 의문이다. 근로 시간과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두루누리 사업) 등을 고려했을 때 실업급여 하한액(최저임금의 80%)이 세후 최저임금보다 많은 경우는 많아야 5~6%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예를 들어 두루누리 사업은 월 임금 260만원 미만(1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사회보험료 80%를 지원해 그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실업급여 하한액을 적용받는 저임금 노동자는 소득세 등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 ‘세후’로 최저임금이 80%까지 줄어드는 일이 흔치 않은 이유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가 저임금 노동자와 노동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저임금 노동자의 실직 이후 생계가 문제된다. 정확한 계산은 쉽지 않지만 하한액이 폐지되면, 최저임금 노동자 수준에서 월 60만원 정도 급여액이 준다는 학계 연구도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노동시장에서 급여가 낮았던 사람이 실직한 경우라도 최저 생계를 보장한다는 취지가 하한액에 담겨 있는데, 이를 약화하는 것은 당장 생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질의 전반적인 악화도 우려된다. 구직 기간을 보장해 노동자가 쉽게 열악한 일자리로 향하는 것을 막는 것이 실업급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실업급여의 문턱을 높일 경우 노동자 입장에서는 준비 없이 다시 불안정하고 열악한 일자리로 재취업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다시 실직과 실업급여 수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며 “일부 부정수급 등 행정적 문제를 들어 하한액 폐지까지 언급될 정도의 대대적인 고용보험 제도 개편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