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실업급여의 하한액을 하향 조정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본격 추진할 조짐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연동된 하한액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서, 실업급여가 최저임금 노동자의 세후 급여보다 많은 ‘역전 현상’이 빚어졌다는 점을 명분으로 앞세운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12일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연 뒤,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 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용안전망을 더 촘촘히 설계하지는 못할망정 되레 축소하려는 시도는 고용 취약계층 보호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한다. 더욱이 일부의 부정 수급 사례를 침소봉대하여 ‘시럽 급여’라는 비유로 취약계층의 현실을 오도하는 태도는 집권당의 저급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현행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적용 사업장에서 비자발적 실직을 당한 노동자들의 원활한 재취업을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근무하면, 평균임금의 60%(상한액 1일 6만6천원·월 198만원)를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4~9개월간 받는다. 당정이 문제 삼는 것은 실업급여 하한액이다. 최저임금의 80%로 정해져 있는 하한액(1일 6만1568원·월 184만7040원)을 60%로 낮추거나 폐지하자는 것이다. 세금을 제외한 최저임금 실수령액이 월 180만원 수준이어서, 일자리를 구하는 대신 실업급여를 타도록 부추긴다는 논리다.
당정의 이런 구상은 고용안전망 취지를 망각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우선 한시적으로 정해진 기간에 1일 기준으로 지급되는 실업급여와 노동자들의 한달 급여를 획일적으로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 또 자발적 실직에 대해서는 급여를 주지 않기 때문에 일하는 대신 실업을 택할 노동자가 얼마나 된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최저임금 수준만 받는 노동자들의 소득수준을 높일 궁리를 하는 대신, 최소한의 기준으로 설계된 실업급여 하한액을 더 낮추겠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정책 방향인가.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60%로 낮출 경우, 월 138만5280원이 된다. 재취업을 위한 구직 활동을 하며 생계를 꾸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오히려 다른 선진국에 견줘 낮은 수준의 실업급여 소득대체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건전화 노력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절박한 실업급여부터 손대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