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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장이 정부의 청년 일자리 지원금 못 받는다며 자진 퇴사를 종용하다(또는 종용해서) 권고사직으로 합의하고 퇴사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고용보험 상실 사유 코드를 ‘26-2’(근로자의 중대한 귀책사유로 인한 권고사직)로 허위 신고해서 실업급여도 못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징계위원회 회의록까지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사문서 위조죄로 고소 가능할까요?(2023년 5월 닉네임 ‘허위상실신고’)
A. 지긋지긋한 정부지원금 부정 수급 사례군요. 권고사직을 ‘자발적 퇴사’나 ‘근로자 귀책 사유’로 둔갑시키는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허위로 회의록까지 제출했다니 아주 상습범이네요. 사직서 쓸 때 신고 코드 확인하고 녹음해놓지 않으면 이렇게 뒤통수 맞습니다. 휴업수당 반납(페이백), 직원 허위 등록, 가짜 정규직 전환 등 나랏돈 부정 수급 제보가 끊이지 않습니다.
‘허위상실신고’님, 일단 고용보험 상실 신고부터 바로잡으시죠. ①근로복지공단에 고용보험 상실 사유 정정을 요청하세요. 회사가 권고사직을 요구했다는 녹음과, 징계위원회가 없었다는 증거를 제출하세요. ②정정이 되지 않았다면 고용노동부 고용보험심사관에게 ‘이직 사유 허위 작성’ 심사청구서를 내면 30일 안에 결정합니다. ③그래도 안 되면 고용보험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어요. ④재심사 청구도 안 되면 행정소송을 할 수 있는데, 나 참,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요?
사문서 위조로 고소해도 처벌로 이어지기 쉽지 않아서 일단 국민권익위원회 신고를 제안드려요. 권익위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7월 ‘부정 수급 집중 신고센터’를 운영하는데 포상금도 있어요. 권익위 발표를 보면, 2022년 기준 공공재정지급금(보조금, 보상금, 출연금 등)이 무려 229조원인데 이 가운데 부정 수급액은 1331억원이었습니다. 권익위에서 “보조금 부정 수급을 끝까지 적발·환수한다”고 하니, 신고해보면 어떨까요.
대표적인 정부지원금인 고용유지지원금은 회사가 휴업으로 휴업수당(평균 임금 70%)을 지급하면 정부가 3분의 2를 보전합니다. 월급이 300만원이면, 휴업수당은 210만원, 정부지원금은 140만원입니다. 1명당 1년이면 1680만원, 10명이면 1억6800만원입니다. 인위적인 인원 감축을 하면 지원금이 환수되니, 악착같이 자발적 퇴사로 만들거나 무급휴직을 유급휴직으로 둔갑시켜 정부지원금을 날로 먹습니다. 코로나 때 대유행이었죠.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일자리안정자금 등 보조금이 널렸습니다. 정부 홈페이지 ‘보조금24’에서 ‘고용·창업, 법인, 현금’으로 검색하면 235개가 검색될 정도입니다. 해고나 권고사직을 하면 지원금 토해내고,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되니 괴롭히고 협박해서 허위 신고를 하는 겁니다.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어요. 고용보험 상실 신고를 사업주와 노동자가 같이 하도록 해서, 입력한 코드가 서로 다를 경우 공단에서 조사하면 됩니다. 또 정부지원금을 회사가 아닌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면 분쟁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노조 회계를 공격해서 재미를 본 윤석열 대통령이 “납세자에 대한 사기”라며 연일 지원금을 받은 시민단체를 저격합니다. 노조든 시민단체든 부정 수급은 엄벌해야죠. 그런데 말입니다! ‘청년 등쳐 먹고, 혈세 날로 먹는’ 악덕 사장들 사기는 관심 밖인가요?
♣️H6s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