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ㄱ출판사에서 일하는데 오너가 ㄴ출판사 업무도 지시합니다. 제 업무는 디자인인데 교정 일을 비롯해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시키는 편입니다. ㄴ출판사 대표는 오너의 아내인데 출근도 하지 않고 ㄴ출판사에서 대표 연봉을 받아 갑니다. 또 영상회사를 만들어 아들을 대표 시키고, ㄱ출판사에서 번 돈으로 아들 회사 직원 월급을 줍니다. 대표는 세금 때문에 소속을 나눈 것이지, 다 같은 회사라 상관없다며 싫으면 나가라고 합니다. (2023년 5월 닉네임 ‘라이언’)
A. 아, 가족회사.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탈출이 답입니다. ‘가족 갑질’ 정말 ‘노답’입니다. 오죽하면 직장인들이 ‘가~족 같은’ 회사 절대 가지 말라고 얘기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딸 갑질을 아빠, 남편 갑질을 부인에게 얘기해봤자 아무 소용 없기 때문입니다. 고용보험 상실신고 코드를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 그만두세요.
2개의 출판사 업무를 시킨다고요? 근로계약을 체결한 회사의 업무만 지시할 수 있어요. 또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취업 장소와 종사할 업무에 관한 사항’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도록 되어 있어요. 근로계약서에 디자인 업무만 적혀 있는데 교열을 강요하는 것도 근로기준법 위반입니다.
대표 부인이 출근하지도 않고 연봉을 받아 가고, 아들 회사에 재정을 지원했다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으로 처벌받을 수 있어요. 탈세를 목적으로 한 회사를 3개로 쪼갰다면 국세청에도 신고할 수 있겠습니다. 참 대단한 출판사네요.
2021년 11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대표 또는 대표의 친인척(4촌)이 가해자일 경우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고,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ㄱ출판사 직원이 대표 빼고 5명이 안 된다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없어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5명 회사 사장 폭언은 처벌받고, 4명 회사 대표의 쌍욕은 무죄라는 ‘황당무계’한 법입니다.
회사 규모가 5인 이상이어도 갑질하는 가족이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임직원이 아니면 신고할 수 없어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 괴롭힘을 하지 말라고 정의돼 있기 때문이에요. 병원장 아내, 복지시설 대표 남편이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며 지적질하고 욕해도 답이 없어요.
라이언님, 가족 갑질 때문에 그만두는데 ‘자발적 퇴사’로 처리돼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면 억울하잖아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면서 동시에 3개의 회사가 사실상 하나라는 증거를 모아 같이 제출하세요. 5인 이상 사업장임이 확인되고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면 과태료도 부과될 수 있고,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족 갑질에 사무친 원한, ‘방 탈출’ 하면서 뒤통수 한번 날리세요.
정부와 여당이 올해 6월에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방안’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는데 기대해봐도 될까요? 글쎄요. 노동시간 줄인다며 주 69시간제(노동계 주장 주 90.5시간제) 강행하려다 여론에 두들겨 맞은 정부라 당최 믿기질 않네요. 아무튼 가정의 달을 맞아 고용노동부가 ‘가족 갑질’ 신고센터를 운영하면 어떨까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