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과 노동자 건강권 토론회’에서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주 52시간이 이미 장시간 노동이다.”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개편안의 문제점을 이렇게 정리했다. 30일 양대 노총,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함께 연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과 노동자 건강권’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세계노동기구(ILO)는 2012년 보고서에서 단 한 주간이라도 (노동시간이) 48시간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고도 꼬집었다.
건강권 전문가인 김 교수는 정부가 ‘노동시간 개편’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시킨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 참여했다가, 연장노동시간 유연화를 중심으로 흐르는 논의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같은 해 11월 연구회 사임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자 건강을 고려한 1주 최대 노동시간으로 ‘48시간’을 제시했다. 현행 주 52시간에서 일하는 시간을 늘릴 게 아니라, 오히려 4시간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주 평균 52시간 이상 근로를 양산할 수 있는 정부의 제도 개편안은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방안은 주 최대 69시간, 4주 평균 64시간의 노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돼있다. 정부는 ‘주 최대 52시간제의 틀 안에서’ 설계된 연장근로 개편안이라고 설명하지만, 한국의 법정 노동시간(40시간)에 예외적인 연장근로(12시간)를 더한 52시간을 노동 시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부터 국제적 흐름과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정부의 개편 방안에는 고령, 단기 계약직, 일용직 등 저임금 탓에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일터를 찾을 수 밖에 없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 조처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실제 ‘48시간’은 1919년 세계노동기구 1호 협약이 제시한 1주간 노동 시간이다. 주요 국가들은 불가피하게 연장 근로를 유연화 하는 경우에도 가능한 짧은 단위 기간 동안 평균 48시간은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가령 덴마크는 4주 평균, 독일은 1년 평균 주 노동시간이 48시간을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물론 이들 나라는 표준 노동시간(35~40시간)이나 연간 총 노동시간(1300시간대) 자체가 우리(1915시간)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짧다. 김 교수는 “이런 내용들의 상당 부분을 미래노동연구회에서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특히 취약 노동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랐다. 발제를 맡은 박성우 노무사(직장갑질119)는 “정부 개편안은 심각한 문제점이 있지만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막을 수 있다. 결국 이 법안의 문제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 전체 80%인 100인 미만 중소 영세 사업체 노동자에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짚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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