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적으로 부는 바람에 의해 2톤짜리 갱폼(대형 거푸집)이 조종실 창문에 부딪히며 창문이 깨졌다. 조아무개(41)씨는 창문이 없는 채로 안전벨트도 없이 약 15분을 조종실에 더 머물러야 했다. 본인 제공
윤석열 정부의 타워크레인 조종사 ‘태업 때리기’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공사현장 업체의 지시를 받아 무리하게 인양 작업을 진행하던 타워크레인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안전조치 요구는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장 업체는 사고 뒤에도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조종사에게 추가 작업을 요청했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10시께 인천 계양구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선 타워크레인으로 인양 중이던 2톤짜리 갱폼(대형 거푸집)이 바람에 날려 타워크레인 조종석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갱폼은 전면 유리창을 깨뜨리고 튕겨 나갔지만, 자칫 갱폼이 조종석을 밀고 들어와 조종사가 깔리거나 타워자체가 전도될 수 있는 위험한 사고였다. 무게가 무겁고 바람에 날리면 사고 위험이 크다보니 통상 갱폼 해제 작업은 바람이 거의 없는 날 이뤄지지만 이런 기본 안전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를 당한 타워크레인 조종사 조아무개(41)씨는 “예전 같으면 바람 안 부는 날 하자고 할 수 있었겠지만 태업이라고 할까봐 말도 못하고 올라갔다. 정말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조씨는 크레인에 올라가기 전 현장 ‘작업부장’에게 바람이 불어도 날라가지 않게 갱폼 비닐을 찢어놔 달라고 했지만 해당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종실을 덮친 갱폼의 모습. 무게가 2톤이 넘는다. 본인 제공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임금 외 현장 하청업체들로부터 받던 ‘월례비’(성과급)가 사라지면서 건설업체들을 중심으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태업 민원이 잇따르자, 정부가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태업 단속에 나섰다. 부당하게 태업할 경우 타워크레인 면허를 정지시키겠다는건데, 노동자들은 정당한 안전 문제제기도 태업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정부는 문제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한 이날도 국토부는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타워크레인 성실 의무 관련) 세부기준은 법률에서 정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전 점검은 전문가의 몫이지 조종사의 역할이 아니다. 안전점검을 실시한다는 이유로 조종석을 이탈한다면, 이는 의도적으로 작업을 지연시키려는 행위”라며 “여름철 태풍을 제외한 일시적인 바람을 핑계로 조종석을 이탈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원 장관의 설명과 달리 조종사 조씨는 중대재해를 당할 뻔 했다.
정부는 원청이 안전 최종 책임자라고 하지만, 이날 원청은 조씨의 안전을 지켜주지 않았다. 오히려 유리창이 깨지고 안전벨트 하나 없는 뻥 뚫린 상공에서 15분간 추가 작업을 지시했다. 조씨는 “유리 파편을 다 뒤집어쓴 상황에서 23층 높이서 혼자 벌벌 떨었다”며 “태업으로 몰릴까 울며 겨자먹기로 올라갔는데 작업 부장은 ‘위험하다고 하지 그랬냐’며 내게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