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강조한 산업안전보건공단의 홍보물. 타워크레인의 모습이 담겨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
정부의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비롯한 건설 노동자를 상대로 한 공세가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법률상 권리인 ‘작업중지권’을 허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노동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명시돼 있다. 사업주는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노동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는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타워크레인 조종사 면허정지 처분이 가능한 ‘성실한 업무수행 위반 유형’ 15가지를 제시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성실의무 위반 판단기준’을 보면, 조종사는 풍속이 기준을 초과하거나 끌어올려야 할 중량물의 위험성 등을 이유로 원도급사(원청)의 허락 없이 조종석을 이탈하거나 요청한 작업을 거부할 수 없다. 이런 행위가 태업으로 규정돼 조종사 면허정지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건설 현장의 위험 상황을 감지해도 대피하거나 경고하는 등 작업중지권 행사를 어렵게하고 그 결과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건설현장엔 위험 요인이 다양한데다 시공 관리만하는 원청과 실제 시공을 맡는 영세 하청 업체가 나뉘어 있어 특정 사업주가 안전을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구조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원청은 건설현장 상황을 잘 알지 못하고 실제 시공을 하는 하청은 (공정 지연에 따른)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안전을 이유로 작업을 중지시키거나 시설물을 보강할 수 없는 탓에 노동자의 위험 경고와 작업중지권이 (산재 예방을 위해) 공사현장에서는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성실의무 위반 판단기준이 산재 예방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법에 보장된 작업중지권을 침해하겠다는 의도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며 “명백하게 고의로 태업하는 경우 적용하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