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4일 대국민 토론회에서 내놓은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의 핵심 쟁점은 특정 주, 특정 일에 노동시간을 얼마나, 어떻게 몰아 쓸 수 있느냐다. 현재 1주일에 12시간 밑으로만 쓸 수 있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52시간)·분기(140시간)·반기(250시간)·연(440시간)으로 확대하면 하루나 한 주에 몰아 쓸 수 있는 연장근로시간 또한 늘어난다. 정부는 개편안이 노동자의 선택권과 건강권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앞서 전문가 집단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내놓은 권고안보다 ‘몰아치기 노동’ 가능성을 더 열어놨다는 비판도 나온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 개편안대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변화할 경우 연장근로시간을 최대한 몰아 쓰려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주 최대 64시간의 한도 안에서 하루 노동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거나, 하루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받는 대신 주 최대 80.5시간 일하는 것이다.
첫째, 1주일 64시간까지 일하되 11시간 연속 휴식 시간 등의 제한을 받지 않는 방안이다. 이 경우 주 단위 노동시간은 통제되지만 ‘하루’ 노동시간은 자유롭다. 즉 1주일 64시간만 맞추면, 하루 24시간씩 이틀 연속 일하고 나머지 닷새 동안엔 16시간(64시간–48시간)만 일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둘째는 1주일 64시간 이상 일하는 대신 근무일과 근무일 사이 11시간의 연속 휴식 시간을 적용받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하루 노동시간은 13시간(24시간–11시간)으로 제한되고, 여기서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 근무마다 30분씩 주어지는 휴게 시간을 빼면 하루 최대 11.5시간 일할 수 있다. 다만 1주일 단위 노동시간에 제한이 없다. 주 7일 일할 경우 최대 80.5시간까지 노동이 가능하다. 근로기준법은 1주일에 하루 이상 유급 휴일을 주도록 하는데, 원칙적으로 휴일근로수당만 지급하면 주 7일 모두 일할 수 있다. 이 때 1주 최대 노동 시간은 정부가 주장해 온 69시간(주 6일 노동 기준)이 아니라 80.5시간(주 7일 노동 기준)이 된다.
지난해 12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연장근로 단위를 넓혀 유연화 하되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방안을 제안했다. 퇴근과 출근 사이에 최소 11시간은 쉬도록 하는 것은 유럽연합(EU) 등의 노동시간 지침이기도 하다. 물론 경영계는 이를 계속 반대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생각해 11시간 연속 휴식권을 없앨 경우 특정 주 최대 근로시간을 64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 하나를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11시간 연속 휴식권 도입 없이 주 최대 근로시간을 현재 52시간에서 64시간으로 늘리는 선택지를 재계 요구와 노동자 건강권 사이 타협점으로 삼은 셈이다. 그렇지만 ‘주 최대 80.5시간’까지 노동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애초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제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방안 또한 개편안에 담지 않았다. 11시간 연속 휴식만 보장하면 1주일 노동시간에 아무런 한도(캡)를 두지 않은 것은 개편안에서도 그대로다.
다만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 4주 평균 1주일 노동시간이 64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가했다. 노동부가 고시한 뇌심혈관계·근골격계 산재 인정 기준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고시에선 평균 노동시간뿐 아니라 발병 전 1주일의 노동시간이 그에 앞선 12주 평균보다 30% 늘어나는 등 ‘단기간 급격한 과로’로 인한 질병도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개편안으로 갑작스러운 장시간 노동 가능성이 커진 만큼, 노동부 고시와 개편안이 부딪히는 문제 또한 여전히 남아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