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노조 회계'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23 발표한
‘노동단체 지원사업 개편방안’에 지금까지 대부분 양대노총에 지원하던 노동단체 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을 근로자 협의체, 엠제트(MZ)노조 등 새로운 노동단체를 지원하는 데 쓰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취약한 노동자에게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보조금의 애초 성격과 최근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공세를 고려할 때, 양대노총의 고립을 꾀하는 데 국가 재정을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편방안을 보면 올해 ‘노동단체 및 노사관계 비영리법인 지원 사업’ 예산 가운데 노동단체에 주는 보조금은 44억7200만원으로, 양대노총의 한해 예산에 견줘 큰 규모는 아니다. 노동단체 지원 사업은 노동조합이 노동자 권익 보호와 법률 상담, 연구, 교육 사업 등에 쓰는 예산을 정부가 일정 부분 보조해주는 제도다. 보조금을 받는 노조의 사업 가운데에는 조합원 교육 등 조합원을 위한 사업도 있지만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 연구 활동처럼 노동자 전반을 대상으로 한 것들도 있다. 노조 살림을 위해 주는 지원금이라기보다 노조가 노동자 권익을 실현하는 데 드는 사업 비용을 보조하는 제도에 가까운 셈이다. 지난해 보조금 35억원의 대부분은 한국노총이 받았고, 민주노총은 지역 본부 등에서 3억원 정도 지원받았다. 청년유니온 등 양대노총에 속하지 않은 노조도 일부 사업에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정부는 올해부터 노동단체 지원 사업 예산의 절반(약 22억원)을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 엠제트노조’ 등 새로운 노동단체에 배정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그동안 노동단체 지원 사업 수행 기관이 노동조합으로 한정돼 다수의 미조직 근로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이 참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새로운 노동단체로 노동부가 꼽은 ‘근로자 협의체’는 법으로 규정된 조직이 아닌 모호한 형태라 예산 지원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해우)는 “근로자 협의체는 노동조합처럼 법적인 등록 단체가 아니고 마치 동아리 같은 임의적인 조직”이라며 “정부가 겉으로 미조직 노동자를 강조하지만 예산을 사용하는 기준을 자의적으로 설정하는 식으로 노동자를 갈라치는 데 국가 재정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국고보조금 지원의 전제로 노조의 회계 투명성 또한 거듭 강조했다. 앞서 정부가 밝힌 대로, 조합비 회계장부 증빙 자료 가운데 ‘내지 1장’을 제출하지 않은 노동조합에는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대상을 선정함에 있어 조합비의 회계 투명성이라는 제한을 둔 것으로, 회계장부를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 요건만 확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는 ‘노조가 내부적인 조합비 회계장부를 행정기관에 제출할 의무는 없다’는 내용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더욱이 회계 투명성을 확인할 수도 없는 내지 1장을 보조금 지원의 전제로 삼은 탓에, 실체가 불분명한 조합비 회계 문제와 국고보조금을 무리하게 엮는다는 비판도 이어질 수 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이번 개편방안에 대해 “최근 정부 노동 정책 집행의 맥락을 고려하면 기존 노조가 일하는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애써왔던 성과를 도외시한 채 ‘부패 집단으로 프레임화’하면서 ‘노조 분할 정책’을 펴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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