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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도 사용자에 넣고, 손배폭탄 ‘연대채무’ 없앤다

등록 2023-02-15 19:10수정 2023-02-16 08:16

환노위 소위 통과환 ‘노란봉투법’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사했다. 공동취재사진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사했다. 공동취재사진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합법적 파업’의 범위를 넓히고 이로 인한 손해배상을 따질 때 무리한 ‘연대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법상 권리인 ‘노동 3권’ 행사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사후에 손해배상으로 제어하는 모순을 일정 부분 해소하자는 의미다.

개정안에선 우선 2조 5호에 규정된 ‘노동쟁의’ 대상을 넓혔다. 현행법에선 ‘노동쟁의’를 “노조와 사용자 간에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이라고 정의했는데, 개정안에선 “노조와 사용자 간에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으로 바꿨다. 노사 간 견해 불일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근로조건’으로 확대하면서 임금 인상과 단체협약 갱신(이익분쟁)뿐만 아니라 해고자 복직과 체불임금 청산, 정리해고 등 노동쟁의의 범위를 ‘권리분쟁’까지 넓힌 것이다.

개정안에선 다수의 채무자가 독립적으로 채무 전액의 변제 책임을 지는 ‘부진정 연대채무’도 파업 손해배상에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 규정으로는 파업 뒤 회사가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한 뒤 회사의 회유로 조합원 일부가 노조를 떠나면 천문학적인 금액의 배상 책임은 고스란히 잔류한 조합원들의 몫이었다. 노조법 개정안 3조에서는 법원이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 의무자별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했다.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회의 뒤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인 유최안 부지회장에게 4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위원장 한명이 책임지지 못하면 순차적으로 연대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손해배상 청구 기준을 좀 더 분명히 해 과도한 손배 폭탄으로 노조를 말살하거나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없애는 방식으로 손배 청구가 악용되는 걸 막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노동자 취업 당시 보증을 선 ‘신원보증인’에게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과 아울러 개정안에서는 실질적인 사용자 개념도 확대했다. 노조법 2조 2호에서 ‘사용자’를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로 정의해, 사용자의 범위가 하청 사업주에서 원청까지 포함될 가능성을 높였다. 민주당 환노위원들은 ‘사용자 정의’를 다듬으면서 대법원 판례를 참고했다. 대법원은 2010년 3월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은 씨제이(CJ)대한통운이 간접고용한 택배기사들의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이 판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환노위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계약상 원청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기업을 상대로 교섭·쟁의행위를 할 수 없었다”며 “이번 사용자 정의 개념은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노동 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수백만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이를 향유할 수 있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찬성 표결로 노란봉투법이 소위를 통과하자 국민의힘은 전해철 환노위원장에게 안건조정위 구성을 신청했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이 있는 안건을 최장 90일 동안 심사하게 하는 절차로, 안건조정위 6명 중 4명의 의결로 심사를 종료할 수 있다. 환노위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3명, 정의당 1명, 국민의힘 2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민주당과 정의당의 공조로 개정안은 곧 환노위 전체회의로 넘어가고 21일에 전체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노란봉투법 입법을 요구해온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의 정책법률 팀장인 윤지영 변호사는 <한겨레>에 사용자 범위 확대 등은 판례와 국제기준, 학계에서 확립된 상식적인 개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윤 변호사는 “무분별하게 매겨지던 손해배상 책임을 기여도에 따라 한정한 부분은 의미가 있지만, 괴롭힘용으로 소송을 남용하는 경우 등이 손해배상 청구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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