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린 플린트 영국 피트니스 장관
각국, 국민 비만관리 대책 앞다퉈 선포…한국도 인구 32%가 ‘비만’
영국이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는 비만관리부를 신설하고, 장관을 임명했다. 세계 최초로 정부 차원의 비만전쟁이 개시된 것이다.
영국에서는 해마다 성인 비만 증가율이 38%포인트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비만 대책 마련을 공언한 가운데 지난 25일 영국은 비만관리부를 신설하고, 캐롤린 플린트 공중보건 담당 차관을 ‘체력관리 장관(minister for fitness)’에 임명했다. 플린트 차관은 2012년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모든 정부 부서를 총괄해 국민 건강증진 대책을 만드는 일을 맡는다.
영국의 성인비만 증가율은 2003년 이래 38%p로 심각한 수준이다. 각종 보건 관련 보고서들은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2010년까지 남성의 3분의1이 비만 상태에, 2~15세 소녀의 22%와 같은 연령대 소년의 19%가 각각 만성 비만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영국에서는 1980년대까지 6%였던 성인남성중 비만인구가 2010년 33%로, 성인여성은 28%로 높아진다는 전망치가 나왔다.
BBC 등의 영국언론들도 비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Evening Standard)는 최근 탄력있는 몸매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뱃살이 늘어진 영화감독 마이클 위너의 사진을 함께 게재, “해변에 나가 거닐기 전에 몸부터 살펴보라”고 충고한 뒤 과체중을 줄여 몸의 균형과 근육을 되찾고 건강도 돌보는 방법을 소개했다.
패스트푸드(Junk Food)와 청량음료에 대해 비만세(fat tax)를 도입하고, 정크푸드의 방송광고 규제를 추진할 만큼 비만 퇴치를 국가 보건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설정한 영국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정크푸드는 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패스트 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을 말한다. 영국 정부는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이라는 구호 아래 승강기 대신 계단 이용하기, 체력단련시설 이용하기, 과일과 야채 많이 섭취하기 등의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미국 인구 61%가 비만, 비만과의 전쟁이 ‘미국이 진짜 해야할 전쟁’
비만과의 전쟁은 소비자를 상대로 2003년 미국에서 먼저 일었다. 당시 미국은 2001년 미국인의 61%가 과체중 상태로, 성인 비만 인구가 30%를 돌파해 위기감이 높아진 상태였다. 오레오·리츠 쿠키 등으로 유명한 미국 최대 식품업체 크래프트는 비만을 방지하는 조리법을 개발, 2~3년 뒤 과자에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는 같은 해 4월부터 ‘모듬 생과일’을 새로운 메뉴로 추가해 비만제조회사로 비난받고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포드자동차와 펩시코, 하니웰 등도 비만과의 전쟁에 동참했다. 미국의 대기업 로비단체인 ‘건강에 대한 워싱턴 비즈니스 그룹’은 포드자동차 등 175개 기업이 참여하는 ‘비만 비용과 건강 효과에 대한 연구소(이하 비만연구소)’를 설립했다. 미국의학협회(AMA)는 올 6월 연례총회에서 청량음료 등에 첨가되는 감미료에 비만세를 부과해 국민건강 캠페인 비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연방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의협은 더 나아가 비만세 적용 범위를 기존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에 한정하지 말고 감미료가 들어가는 케첩 등 모든 가공식품 제조업체에 대해서도 세금 부과를 주장했다. 프랑스·스웨덴, 학교내 청량음료 자판기 설치 및 비만식품 광고 금지 프랑스는 지난해 9월 공립학교에 청량음료와 고열량 과자를 파는 자판기 설치를 금지하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비만식품의 광고까지 전면 금지시켰다. 지난해 7월 국가비만관리대책안을 낸 스웨덴도 정크푸드의 텔레비전 광고를 금지하는 등 유럽에서는 자동판매기 설치 금지, 학교 식당의 인스턴트 식품 판매 금지 등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비만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 65억명 가운데 10억명이 과체중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비만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확산되는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호주와 뉴질랜드는 비만 퇴치를 국가 보건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있다. 한국도 비만인구 32%…보건서와 학교, 군부대 “비만을 없애라!”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1월 복지부가 내놓은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안)’을 보면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비만인구는 지난해 전체인구의 31.8%(남자 35.2%, 여자 28.3%)로, 지난 10여년 동안 1.6배(남자 2배, 여자 1.3배)나 증가했다. ‘소아비만’도 크게 늘어 최근 3년 사이에 초등학생 비만 비율이 2배나 증가했다. 2005년 기준 당뇨병으로 진단 받은 환자가 400만명을 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비만 퇴치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보건소와 기업, 대학 차원에서 ‘비만 관리’ 지원을 하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보건소는 지난 5월9일부터 7월27일까지 3개월 과정의 ‘비만관리 교실’을 운영해 참가자들의 체중감량을 이끌어냈다. 경기 안성시 보건소는 30~50세 전후의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중년여성을 만들어요”라는 ‘비만 관리 프로그램’을 이달 21일부터 시작했다. 서울 강북구보건소는 비만관리 프로그램인 ‘헬스라인 9080’을 9월6일부터 내년 2월21일까지 삼각산 분소에서 운영한다. ‘헬스라인 9080’이란 건강에 좋은 허리둘레를 말하는 것으로, 남자는 90㎝,(36인치) 여자는 80㎝(32인치)이하여야 하며, 참가자들은 6개월간 영양·운동·스트레스 관리를 접목시킨 개인 맞춤형 체중관리 서비스를 받는다. 우송대와 대전대는 각각 ‘우송솔도라도 웰빙센터’, ‘웰니스 아카데미아’를 지난해 열어 비만관리를 비롯 재활과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충북 증평군의 육군 제37사단의 경우 6개월 과정의 ‘체중 조절 프로그램’을 통해 장병들의 체중 감량을 유도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수원지방검찰청도 ‘비만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15명의 직원이 참여하는 살빼기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기업들, ‘뱃살매니저’ ‘건강매니저’ 두고 사내 비만관리 나서
기업들의 ‘비만 퇴치’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 건강관리실은 지난해 직원들을 상대로 ‘비만, 살을 빼 줍니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비만도(BMI)가 25% 넘는 직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프로젝트의 성과는 놀라웠다. 참여 직원의 만족도도 높았고, 사내 분위기도 한층 좋아졌다. 사내 보건관리자이자 ‘건강 매니저’인 박현숙(42) 대리는 “몸무게가 늘어날수록 건강도 나빠지지만 엔돌핀이 줄어들어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조직 분위기나 생산성이 나빠질 수 있다”며 “생산성 회복이나 조직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도 직원들의 비만이나 건강에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만 관리에 적극적인 회사 가운데 하나는 별도의 ‘뱃살 매니저’를 두고 있는 대웅제약이다. 인력개발팀 소속 강은정(26)씨는 회사 엘리베이터나 사무실 안에서 수시로 남성 사원의 배나 옆구리를 꼬집으며, 직원들의 살빼기를 독려한다. 비만이 심한 직원에게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권유하고 사내 비만 클럽이나 건강관리 클럽에 가입시키고, 활동이 저조하면 하루에도 수차례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LG전자는 각 사업본부별로 건강펀드 프로그램, 심리상담소, 금연펀드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건강관리가 필요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처방 및 헬스비를 퇴직시까지 지원하는 ‘하나 몸짱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홍보실 김현숙 대리는 “직원들의 건강한 몸과 마음에서 건강한 미소와 서비스가 나온다는 생각에 직원들의 비만이나 건강을 중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작, 정부 보건정책에는 ‘비만’ 무관심
안상수 의원 “학교에서 탄산음료 판매 금지법 만들자”
하지만, 보건소와 기업들의 노력과 달리 정작 정부의 보건정책은 큰 변화가 없고, ‘비만’에 대한 정책도 현재로서는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New Health Plan 2010)에 영양 부문에 적정체중 인구비율을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비만관리대책(안)’을 마련했으나 비만과 관련한 영역별 세부 목표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말 ‘국가비만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위원 위촉도 하지 못했다.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식품광고 및 음료수 자판기 규제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건정책팀 조경숙 사무관은 “비만홍보대사 위촉이나 비만 관련 언론 홍보물 제작 등 비만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으며, 비만 대책 관련 연구용역 의뢰와 토론회 개최로 현재 의견수렴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법사위)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학교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안 의원실 김현진 비서관은 “탄산음료는 성장기에 있는 아동·청소년의 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특히 비만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며 “외국에서도 탄산음료의 학교시설 반입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안에도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식품의 학내 반입과 판매 규제안은 담겨 있지 않아 한계로 남는다는 지적이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비만과의 전쟁은 소비자를 상대로 2003년 미국에서 먼저 일었다. 당시 미국은 2001년 미국인의 61%가 과체중 상태로, 성인 비만 인구가 30%를 돌파해 위기감이 높아진 상태였다. 오레오·리츠 쿠키 등으로 유명한 미국 최대 식품업체 크래프트는 비만을 방지하는 조리법을 개발, 2~3년 뒤 과자에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는 같은 해 4월부터 ‘모듬 생과일’을 새로운 메뉴로 추가해 비만제조회사로 비난받고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포드자동차와 펩시코, 하니웰 등도 비만과의 전쟁에 동참했다. 미국의 대기업 로비단체인 ‘건강에 대한 워싱턴 비즈니스 그룹’은 포드자동차 등 175개 기업이 참여하는 ‘비만 비용과 건강 효과에 대한 연구소(이하 비만연구소)’를 설립했다. 미국의학협회(AMA)는 올 6월 연례총회에서 청량음료 등에 첨가되는 감미료에 비만세를 부과해 국민건강 캠페인 비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연방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의협은 더 나아가 비만세 적용 범위를 기존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에 한정하지 말고 감미료가 들어가는 케첩 등 모든 가공식품 제조업체에 대해서도 세금 부과를 주장했다. 프랑스·스웨덴, 학교내 청량음료 자판기 설치 및 비만식품 광고 금지 프랑스는 지난해 9월 공립학교에 청량음료와 고열량 과자를 파는 자판기 설치를 금지하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비만식품의 광고까지 전면 금지시켰다. 지난해 7월 국가비만관리대책안을 낸 스웨덴도 정크푸드의 텔레비전 광고를 금지하는 등 유럽에서는 자동판매기 설치 금지, 학교 식당의 인스턴트 식품 판매 금지 등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비만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 65억명 가운데 10억명이 과체중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비만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확산되는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호주와 뉴질랜드는 비만 퇴치를 국가 보건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있다. 한국도 비만인구 32%…보건서와 학교, 군부대 “비만을 없애라!”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1월 복지부가 내놓은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안)’을 보면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비만인구는 지난해 전체인구의 31.8%(남자 35.2%, 여자 28.3%)로, 지난 10여년 동안 1.6배(남자 2배, 여자 1.3배)나 증가했다. ‘소아비만’도 크게 늘어 최근 3년 사이에 초등학생 비만 비율이 2배나 증가했다. 2005년 기준 당뇨병으로 진단 받은 환자가 400만명을 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비만 퇴치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보건소와 기업, 대학 차원에서 ‘비만 관리’ 지원을 하는 곳이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보건소는 지난 5월9일부터 7월27일까지 3개월 과정의 ‘비만관리 교실’을 운영해 참가자들의 체중감량을 이끌어냈다. 경기 안성시 보건소는 30~50세 전후의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중년여성을 만들어요”라는 ‘비만 관리 프로그램’을 이달 21일부터 시작했다. 서울 강북구보건소는 비만관리 프로그램인 ‘헬스라인 9080’을 9월6일부터 내년 2월21일까지 삼각산 분소에서 운영한다. ‘헬스라인 9080’이란 건강에 좋은 허리둘레를 말하는 것으로, 남자는 90㎝,(36인치) 여자는 80㎝(32인치)이하여야 하며, 참가자들은 6개월간 영양·운동·스트레스 관리를 접목시킨 개인 맞춤형 체중관리 서비스를 받는다. 우송대와 대전대는 각각 ‘우송솔도라도 웰빙센터’, ‘웰니스 아카데미아’를 지난해 열어 비만관리를 비롯 재활과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충북 증평군의 육군 제37사단의 경우 6개월 과정의 ‘체중 조절 프로그램’을 통해 장병들의 체중 감량을 유도해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수원지방검찰청도 ‘비만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15명의 직원이 참여하는 살빼기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건강매니저’인 박현숙 대리가 직원의 체중과 체지방을 체크하고 있다. 인터컨티넬탈 호텔 제공.
안상수 의원 “학교에서 탄산음료 판매 금지법 만들자”
출처 : <한겨레21>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