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늘린 정원을 지역에 안착시킬 방안을 고심 중인 가운데, 의대 졸업생이 일정 기간 지역에 남아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지역의사제’를 운용 중인 일본 정부가 그 효과를 물은 한국 정부에 의사를 지역에 정착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답변자료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보건복지부에 지난달 보낸 자료를 7일 보면, 후생노동성은 “의대 졸업 뒤 의사의 지역 정착 비율을 비교하면, ‘지역정원제도’ 및 지역 출신자의 정착 비율이 높다”며 지역정원제도로 선발한 의대생이 졸업 뒤 대학이 있는 지역에서 의사로 근무한 비율은 2017∼2019년 87.8%라고 밝혔다. 지역정원제도로 선발되지는 않았지만 해당 지역 출신인 의대 졸업생이 지역에 남아 근무한 비율(임상 수련 기준)은 75.6%, 다른 지역 출신이 지역에 남은 비율은 38.3%였다.
일본의 지역정원제도는 지역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제도로, 한국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개선책 중 하나로 검토해온 ‘지역의사제’와 유사하다. 일본은 2007년 ‘긴급 의사 확보 대책’을 통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지역 출신 학생이나 지역의료에서 일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학생을 지역의 의대가 별도 전형으로 선발한 뒤 장학금을 주고 의사로 육성한다. 졸업 뒤에는 9년간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장학금을 반환해야 한다.
복지부와 전문가 설명을 들어보면, 지역정원제도 의사 상당수가 지역 근무를 택하는 배경엔 해당 지역 출신을 뽑는 경우가 많고 장학금 외에도 지역의료에 남을 여러 유인책을 제공하는 덕이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지역정원제도는 지역 학생을 뽑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지역에 남을 확률을 높이는 관건이다. 국내에서도 지역 출신이 해당 지역 의대를 졸업하면 그 지역에 남을 확률이 높다”며 “일본은 선발 단계에서부터 지역 출신과 지역 의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뽑고,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들이 지역의료에 자긍심을 갖게 해주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지자체는 지역정원제도로 뽑힌 의대생 재학 동안 지역의 의료인으로서 성장할 ‘커리어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졸업 뒤에는 지자체가 지역 의료정책을 수립하는 데 이들이 전문가로서 참여하게 한다.
일본은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고, 지역정원제도 선발 인원 비중도 늘려왔다. 2007년 일본의 의대 정원은 7625명이었고 지역정원제도로 선발된 인원은 173명(2.3%)이었는데, 지난해엔 의대 정원이 9374명까지 늘었고 지역정원제도 선발 인원도 1736명으로 18.5% 늘었다. 올해 일본의 의대 정원은 9384명, 내년에는 9403명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의사의 시간 외·휴일 노동을 연간 960시간으로 제한할 때 오는 2029년 의사인력 수급 균형을 맞출 것으로 추산한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 중인 정부는 일본의 이런 정책 경험을 참고할 계획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그에 따른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의사 충원 규모를 정하고 늘어난 의사가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게끔 하는 보완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6일 대한의사협회와의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뒤 기자들한테 “일본의 경우 (75살 이상의) 후기 고령 인구가 크게 증가한 2008년 이후부터 의대 신입생 정원을 대폭 늘렸다. 특히 한국처럼 지역별 의사 수 편차가 심각한 문제가 있어, 의사 수를 많이 늘려 이에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