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 등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간호법 허위사실 유포·불법진료 묵인 보건복지부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간호사 면허증과 규탄항의서 등을 전달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청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간호협회(간협)가 간호사에게 대리처방·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를 강요한 의료기관 81곳을 26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간협은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23일까지 간협 온라인 불법진료신고센터에 간호사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지시한 의료기관에 대한 신고 1만4504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실명으로 신고가 접수된 의료기관이 364곳이었고, 이 가운데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등 81곳(공공 27곳, 민간 54곳)을 권익위에 신고했다고 간협은 설명했다. 신고된 주요 사안은 의사가 해야 하는 처방·수술을 간호사에게 강요하거나, 간호사가 의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경우 폭언을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등이다.
간협은 이날 오전 권익위 신고에 앞서 세종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가 의료현장에 만연한 불법진료를 묵인하며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의료법에 의사와 간호사 등의 업무 범위가 명시돼 있는데, 간협은 의료법과 별도의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며, 오랜 기간 의료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져오던 불법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폐기된 바 있다. 간협은 “현장에서는 의료법의 모호한 규정을 빌미 삼아 간호사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강요하고 있다. 정부가 불분명한 업무 범위를 방치한 책임을 간호사들이 온전히 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라도 복지부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간협은 보건복지부를 방문해 4만3021명의 간호사 면허증을 반납했다. 의료법상 의료인이 자발적으로 면허증을 반납할 수 있는 근거나 정부가 이를 접수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법률상 효력은 없지만, 간호법 제정을 무산시킨 데 대한 간협 쪽의 강경한 의지를 전달한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이날 간협 방문 뒤 입장 자료를 내어 “폐기된 간호법안은 이른바 ‘피에이’(PA·진료보조 인력) 문제 해결과 무관하다. 폐기된 간호법안의 간호사 업무 범위는 현행 의료법의 내용과 동일해 피에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은 전혀 없음에도 간협이 피에이 문제를 간호법안 폐기와 결부시켜 단체행동의 수단으로 삼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어 “정부는 피에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달부터 현장 전문가, 간협을 포함한 관련 보건의료단체, 환자단체 등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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