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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간호사의 상처 소독도 불법인 현실, 방치 안 된다

등록 2023-05-29 05:00수정 2023-05-29 07:33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과 임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간호법 제정 약속을 폐기한 윤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한간호협회 김영경 회장과 임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간호법 제정 약속을 폐기한 윤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정효 기자

여야가 오는 3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간호법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처럼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보건의료 직역 간 극심한 갈등만 남긴 채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법안의 세부 내용이 아니라 법의 목적(제1조) 항목이다.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도모하여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다. 의사들이 집단 진료거부를 해서라도 저지하려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대한의사협회는 법의 목적에 ‘지역사회’라는 말이 포함된 걸 문제 삼는다. 간호사들이 의사 없이 단독으로 개원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간호법에는 그런 규정이 전혀 없고, 의료법은 간호사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억지에 가깝다. 오히려 급속한 고령화로 집이나 복지시설 등 지역사회에서 의료와 연계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건소 소속 간호사들이 집에 누워 있는 환자를 찾아가더라도 환부 소독과 같은 간단한 처치조차 못 하는 것은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 않다. 28일 <한겨레>가 취재한 내용을 보면, 국내 가정·방문 간호 수요는 거동 불편 노인 20만명을 포함해 4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인구 구조 등 사회적 여건이 달라지면 의료체계도 새로운 수요에 맞게 변화하는 게 당연하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 다니기도 힘든 고령 노인들이 늘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내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의료·돌봄 서비스를 확충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당리당략을 떠나 이런 요구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것이 정치 본연의 역할이기도 하다. 여야 정치권은 간호법 국회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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