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정부가 내놓은 주당 최대 69시간(주 7일 근무 땐 80.5시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노동자들이 희망하는 노동시간은 주당 약 37시간으로 나타났다. 또 한 해 동안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휴가 중 5일 가량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지난해 전국 19~59살 2만2천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한 연구보고서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를 펴냈다. 설문 시점 기준, 일주일 동안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취업자(일시 휴직 포함) 1만7510명이 실제 일한 시간은 주당 평균 약 41시간이었다. 그러나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희망하는 노동시간은 주당 36.7시간으로 실제 일하는 시간에 견줘 4시간 짧았다.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집단의 희망 노동시간은 주당 44.2시간이었다. 장시간 일할수록 희망 노동시간과 현실 노동시간 간 간극은 더 큰 셈이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마저 충분히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이동 없이 한 직장을 다닌 노동자들이 부여받은 연차휴가는 평균 17.0일이었다. 그러나 실제 사용한 휴가는 평균 11.6일에 그쳐 5일 가량 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를 다 쓰지 못한 이유로는 ‘연차수당으로 받기 위해’(응답자 20.1%)가 가장 많이 꼽혔고, ‘대체 인력이 부족해서’ (18.3%), ‘업무량 과다’(17.6%), ‘특별한 휴가계획이 없어서’ (14.6%), ‘상사 눈치가 보여서’ (11.4%) 등이었다.
보사연 연구진은 “적절한 근로(노동)시간과 휴게시간 보장이 기본적으로 이뤄져 과도한 시간 동안 일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일로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실제로 일을 많이 하는 집단에 대한 관리와 보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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