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와 교감속에 수사 진행…막판에 신중 또 신중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번 사건이 사상 최초의 `글로벌 수사'로 기록될 것을 염두에 두고 막바지에 극도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초 2월 말이면 수사가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시됐으나 검찰은 이번 수사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한치의 오차도 남겨서는 안된다는 점을 의식한 나머지 막판에 `초정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논문 조작과 관련된 의혹 규명 결과 발표는 자칫 늦어질 경우 3월 하순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국제사회와 교감속에 수사 진행 = 검찰은 황우석ㆍ김선종ㆍ윤현수ㆍ이양한씨 등 핵심 인물 4명을 불러 사흘째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지만 사법처리 대상과 수위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다.
핵심 피조사자를 1~2차례 부른 뒤 사법처리 여부를 바로 결정했던 안기부ㆍ국정원 도청수사 등 중요 사건들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양상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최근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서 시간을 끄는 이유에 대해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미진한 점이 있으면 학계 등을 중심으로 엄청난 혼란이 생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이 국제적으로 큰 파문을 몰고 오면서 세계인의 관심은 의혹을 밝혀내는 임무를 맡은 우리나라 검찰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황우석 교수와 김선종 연구원 등 핵심 4인이 소환된 이달 2일 미국의 AP통신 등 외신들이 서초동 검찰청사에 나와 취재에 열을 올렸고 이후 해외 유수 언론들이 시시각각 수사 속보를 낸 것은 국제적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엿보게 하는 단적인 사례다.
황 교수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여러 차례 소환되느니 차라리 밤샘 조사를 받겠다고 자처했음에도 심야에 전원 귀가조치하도록 정상명 검찰총장이 긴급 지시한 것도 세계인들의 이목을 의식한 조치다.
정 총장은 한국 검찰이 난마처럼 얽혀있는 희대의 논문 조작 사건의 실체를 철저히 밝히는 능력 못지 않게 피의자 인권을 존중한다는 점을 전세계에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철야조사는 절대 안된다는 점을 수사팀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사법처리 대상과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국제적인 선례 또는 기준을 따져보고 있는 것도 글로벌 수사의 일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사팀은 황 교수 등 핵심 4인을 부르기에 앞서 논문 조작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등 강제수사를 받은 선례가 있는지 각국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했다.
그러나 논문을 조작한 연구자들이 대학이나 연구소 차원의 징계를 받는 경우는 많지만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어 검찰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 조작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세계적으로 거의 전례가 없어 그 만큼 신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논문 조작 연루자들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한다면 사이언스와 서울대 가운데 과연 어느 곳의 업무가 방해받았는지를 놓고도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글로벌 수사의 성공을 위해 조사 종료 후 과학적 오류는 없는지에 대해 학계의 자문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사팀이 혹시 발견하지 못한 미세한 오류라도 수사 결과 발표 이전에 수정하기 위한 의도다.
◇ 끝손질 신중한 `글로벌 수사' = 2003년 대선자금 수사나 1990년대 중반 전직 대통령 비자금 수사 등도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줄기세포 조작 사건 수사야말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수사의 첫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논문 조작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사이언스를 상대로 이뤄진 데다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조작은 사실상 세계인을 상대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전세계인이 이번 논문 조작 사건으로 무형의 피해를 입었던 셈이다.
게다가 이번 수사는 최종 결론이 촌각을 다투는 국제 생명공학의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제 특허 문제, 연구의 주도권 문제 등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어 기존의 국내용 수사와 차원을 달리한다.
때문에 검찰도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막바지 수사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핵심 4인의 조사 과정 전체를 녹음ㆍ녹화하는 것도 수사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고려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세계적 이목을 끌고 있는 사건이라 부담이 커서 다지고 다지는 수사를 하고 있다. 2~3일 만에 뚝딱 결과를 내놓으면 누가 그 결과에 승복하겠느냐"며 글로벌 수사의 끝손질이 극도로 신중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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